단편소설 《〈해주-하성〉서 온 편지》 20/김병훈


건설 초기에 성에서 나온 《간이 작은 기사》(이것도 박동무의 표현이지요)는 우리더러 꿈을 꾼다고 했어요. 그래요! 바로 우리 당에 의해 교양받은 우리들은 공상가들이야요. 아직 이 세상에서 그 어떤 대담한 공상가들도 꿈꾸지 못한 어마어마한 꿈을 가진 공상가들이지요.

적어도 우리 당은 이 땅우에다 락원을 세우자는게 아닙니까! 이러한 당의 아들딸들인 우리가 자기 일생동안에 꼭 지구우에 완전한 공산주의를 만들어놓구야말겠다고 꿈꾸는것을 허황하다고 누가 감히 말할수 있겠어요! 그런만큼 우리는 자기 일생에 해야 할 일 옛사람들 일생 일의 백배, 천배로써도 재일수 없다는것도 잘 알고있답니다.

그래서 천리마를 탔지요. 어느 환상소설을 읽어보니까 빛의 속도로 나는 로케트를 타고 열흘동안 우주를 다니다 왔더니 그동안 땅우에서는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더라나요. 그래요. 우리도 천리마를 타고 해주-하성 삼년 길을 한달 반이라는 《우주속도》로 달리는거야요.

제일 빠른 천리마! 우리 시대에 이보다 더 큰 영광으로 불리우는 이름은 없을것입니다. 모두 기세충천했지요. 박동무가 말하다싶이 《시간이 우릴 따라오다 기진맥진하여 나자빠지도록 고삐를 채보세!》 이런 기세였답니다.

그때 칠성동무네 돌격대는 교량공사를 마친 다음 우리 공사 구간에서의 마지막 거점인 5만산 폭파를 위한 도항(화약을 재고 폭파하기 위한 갱도) 굴진작업에 파견되여 일하고있었지요.

이 《오만산》이란 5만립방의 흙을 헐어서 산허리를 끊고 로반을 닦는다는 의미에서 붙은 명칭이랍니다. 이 5만산의 한가슴에 도항을 파고 화약을 앵겨서 하늘로 날려보내기만 하면 해주-하성어간에 중중첩첩하던 아성중에서 최후의 아성이 허물어지고 길이 탁 열리는 판입니다.

그래서 우리 대대는 력량을 집중하여 24시간을 줄곧 3교대로 나누어가지고 산 중심을 향하여 사방에서 파뚫고들어갔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무렵, 옹벽공사장에 《도적작업》 나갔다 들어오던 나는 5만산으로 발길을 돌렸답니다. 오늘 저녁은 칠성동무를 꼭 조용히 만나보리라 생각하면서 나는 읍천강기슭을 걸었어요.

벌써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한 매화산마루 저편 하늘에는 벌거우리한 마지막 노을이 비꼈는데 그 노을은 또한 읍천강 잔잔한 물결우에도 곱게 어려 출렁이였어요. 강기슭 길을 걷노라니 이래저래 심란한 생각들이 살아올라 가슴속을 구슬려주지 않겠어요. 그날까지 꼭 일주일 채 나는 칠성동무를 못보았답니다. 공사는 거의 끝나가지만 우리는 한번도 한마디도 속에 있는 말을 건넨적이 없지 않아요. (어쩌면 그는 내 가슴속에 자라고있는 심정을 그렇게도 모를가?… 아니, 대당초 그는 나에게 관심조차 없는걸 가지고 공연히 혼자 마음을 썩이는거나 아닐가?…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그는 방금 대학시험 치르러 떠날터라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는 영영… 그렇지만 어쩌면 이렇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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