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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백일홍》 1/권정웅

2023년 07월 31일 09:00 단편소설 백일홍

독로강과 청천강의 분수령을 이루는 높은 령마루사이에 위치한 철길. 본작품은 전시에 적의 시한폭탄처리중에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가 적의 심한 폭격을 심히 받아 락석사고를 자주 일으키는 《흘러온 산》이라 불리우는 위험한 지점을 전후에도 계속 락석감시원으로 헌신적으로 복무하는 영예군인과 그 안해 그리고 혁명적의리로 양자로 받아들인 전우의 아들의 섬세한 내면세계를 형상하였다. 편집부

락석감시원 현우혁은 방한모를 푹 눌러쓰고 눈이 잔뜩 묻은 동화를 털썩거리며 철둑길을 걷고있었다.

눈보라는 점점 더 기승을 부린다.

하루한낮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더니 저녁때에는 난데없는 서북풍이 터지면서 온 골안을 발칵 뒤집어놓는다.

전선줄이 몸부림치고 강가에서는 얼음이 쩡쩡 얼어터진다.

사위는 캄캄하고 눈보라는 촌보를 가릴수 없이 앞을 흐려놓는다.

현우혁은 선로에 지꿎게 들이쌓이는 눈을 치다가 밤 한시가 실히 넘어서야 일손을 뗐다.

ㄱ역에서 3키로나 상거한 높은 산상에는 눈이 많이도 온다.

독로강과 청천강의 분수령을 이루는 이 높은 령마루로 모진 바람이 거슬러올라와서는 철길이 뻗은 손가락짬같은 산협으로 용을 쓰면서 냅다 빠져나가군 한다. 그러면 온 천지가 뒤흔들리는듯한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숲이 흔들리고 산봉우리의 눈은 한알도 남지 않게 언덕진 이 철둑으로 들이몰리군 한다.

그중에도 현우혁이가 배치된 〇제표지구는 좀 심한 편이였다.

겨울이면 눈보라와 싸워야 하며 여름이면 물과 사태와 싸워야 한다.

예전에 모진 장마가 졌을 때 산이 뭉청 끊어져 내리밀리다가 중간에 걸렸다는 《흘러온 산》지점은 전쟁때 폭격을 심히 받아 락석사고를 일으키군 하는 곳이였다.

현우혁은 오늘도 두 사람몫을 하느라고 모진 고생을 했다.

×제표지점을 담당한 감시원이 병으로 강계에 가서 보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기때문이다.

현우혁은 밤 12시 평양행 려객렬차를 통과시키고도 한시간은 실히 눈을 쳤다. 천메터가 넘는 구간을 몇번이나 왕복하면서 걸싸게 해제끼였지만 워낙 바람이 심해서 돌아만 서면 또 제도루묵이되군 한다. 굴간의 얼음까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우혁은 밤이 들면서부터 더 기운차게 눈을 쳤다. 그바람에 눈보라도 어지간히 기운이 눌렸는지 좀 뜸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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