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상급전화수》 1/박웅걸
2023년 05월 29일 09:00 단편소설이 작품은 조국해방전쟁시기 위급한 전투상황에서 포탄에 의해 끊어진 전화선을 자신의 몸으로 이어 통신을 보장하고 대대의 전투승리를 거두는데 빛나는 위훈을 세운 영웅적인 한 통신원을 생동하게 형상한것이다.(편집부)
우박처럼 퍼붓는 적의 포사격에 고지는 짙은 안개라도 낀듯이 흐렸다. 아까번 적기가 떨어뜨린 가솔린통에서 일어난 불길이 골짜기에서 아직도 너울너울 불타오르고있었다. 연기와 흙먼지와 화약냄새때문에 목이 막히고 눈을 뜰수가 없었다.
그속을 더듬어 포탄에 절단된 전화선을 이으며 남길은 대대지휘부로 돌아왔다. 포탄은 대대지휘부 근방에도 이따금씩 떨어져서 하늘높이 흙먼지를 파일으켰다. 그는 호안으로 들어가려고 출입구앞 교통호에 껑충 뛰여든 순간 두 다리에 맥이 아운하게 풀리여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은채 한참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다만 코구멍만 벌름거리며 여기만은 흐리지 않은 맑은 공기를 마치 샘물이라도 만난듯이 탐내여 들이마셨다.
가슴이 탁 트이고 시원해지며 쉴새없이 목구멍을 치받치던 기침도 가라앉는것이였다.
한참동안 숨을 돌린 그는 전호벽에 의지하며 피곤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까 릉선에 올아섰을 때 적의 포탄 터지는 바람에 한메터나 나가 떨어졌던 때의 일을 회상하고 어디 파편이라도 스친데가 없나 해서 자기 몸을 이리저리 굽어보았다. 상의 소매와 궁둥이켠을 스쳐지나가서 천쪼각이 너덜거리고 몇군데 불탄 자국이 있을뿐 아무데도 상처가 없었다.
뻰찌도 허리춤에 꽂은채 있었고 예비선도 몇갈피 꽁무니에 달려있었다. 아무데도 다치지 않은 자기 몸을 보자 어린애같은 또렷한 얼굴에 볼우물이 패여지며 저절로 웃음이 떠올랐다.
대대가 접방을 한지 사흘동안 70여차에 걸쳐 탄우속을 뚫고 다니며 보선을 했건만 아직 한군데의 상처도 입지 않았다는것을 생각하자 끝없이 유쾌해지는것이였다.
포탄이 아무리 우박치듯 해도 자기만은 죽이지 못할것 같이 생각되며 어깨가 으쓱해지는것이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군의소에서 전투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 뛰여나올 때 군의장이 래일은 마라리아가 또 나올텐데 안된다고 굳이 붙잡던 그 마라리아도 나오지 않았다. 목이 타고 혀가 말라서 견딜수 없건만 물 한모금 안먹고 열흘은 견디여낼수 있을것 같았다. 그는 목을 돌려 자기가 뚫고나온 탄우속을 돌아다보았다. 아래로부터 이렇게 쳐다보니 고지는 전체가 불바다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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