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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아들은 전선에 있다》 14/리상현

2023년 05월 08일 09:00 단편소설

허진풍의 말을 듣자 만기로인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무엇보다도 만기로인에게 있어서는 쌀을 파내고 운반하는 시간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한 생각뿐이였다.

《황송합니다. 그리고 아까 말 있던 쌀은?》

만기로인의 말이 떨어지자 그는 도로 자기 정신으로 돌아온듯

《옳지, 꼭 래일에 약속을 어기였단 큰일 나오, 알겠소.》 하고 다진다.

《약속을 어기다니?》

허진풍은 심히 만족한듯 비틀거리며 뜨락에 내려서더니

《래일은 나와 자주 련락을 가져야 하오.》 하고는 게트름을 하면서 사라졌다.

만기로인은 그를 보내고 자리에 누웠다. 그는 래일밤이면 자기도 이 함정에서 벗어나 산으로 들어갈것이며 그곳에서는 또 새로운 생활이 자기를 기다리고있으려니 생각할수록 날이 어서 밝았으면 했다.

 

《치안대》놈들은 밤새도록 계속 고함을 치고 소란을 피우더니 날이 밝아오자 조용하였다. 그러나 해돋이무렵부터는 다시 미국졸병들의 쑤알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총을 탕탕 쏘는 소리도 들렸다.

만기로인은 어제밤 약속한것을 실행하는 눈치를 보이기 위하여 일찌기 허진풍이를 찾아나섰다.

미국졸병들은 만기로인과 마주칠 때마다 알만하다는듯 그냥 스쳐지나가는 놈도 있었으나 그가 머리에 쓴 단벌수건을 벗겨서 소나무가지에 던지고 가는 놈도 있었고 심지어는 그의 염낭을 뒤지다 아무것도 없으니 화가 나서인지 담배쌈지와 담배대를 멀리 팔매질하고 휘파람을 불며 사라지는 놈들도 있었다.

(꼴 좋다, 네놈들의 목숨도 얼마 아니리라.)

이렇게 만기로인이 생각하는 순간 그의 등뒤에서 아우성소리가 들렸다. 그는 깜짝 놀래 발을 멈추고섰는데 상투바위의 아들이 달려오더니 그의 따귀를 갈기는것이였다. 말인즉 왜 외출을 하느냐는것이다. 만기로인은 너무나 터무니없고 이가 갈려서 잠시 멍멍히 서있다가 허진풍이 자기에게 지시준 일을 수행하기 위하여 나온 걸음이라고 하였다. 상투바위의 아들은 그의 말을 듣는척도 않고 《치안대》와 미국놈들이 웬 녀자를 끌고오는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젊은 녀자는 머리가 삼단처럼 되고 몸은 피투성이였다. 새벽에 미국졸병놈이 그 녀자를 겁탈하기 위하여 뛰여들었다 실패하고는 그 화풀이로 죄명을 달아 《치안대》로 끌고가는 참이였다. 상투바위의 아들은 만기로인을 흘겨보고는 그놈들의 뒤를 따라 《치안대》쪽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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