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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차 《꽃송이》 1등작품〉중3 작문/《천연기념물》

2025년 03월 01일 09:00 꽃송이1등작품

니시도꾜제2초중 박지호

우리 아버지는 《천연기념물》이다.

무슨 말인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을 한다면 《아주 드문 존재》란 뜻이다. 더 말한다면 우리 아버지는 《보통사람》과 다른 인생길을 걸어오신 《특이한 사람》이란 말이다.

우리 아버지는 일본유치원을 다니고 일본소중고등학교를 거쳐 일본대학을 나가셨다. 말하자면 《우리》에 대한 교육을 한번도 안받으셨다. 자기가 조선사람인줄은 알았지만 우리 말도 우리 문화도 우리 나라에 대해서도 모르고 크셨다.

특히 중고급부시기는 자기가 조선사람이란것이 들키면 부끄럽다고 《정체》를 숨기며 사셨다. 이름도 《박동호》가 아니라 《아라이 히로시》라 했고 동무들이 놀러올 때면 집에 진렬해놓고있었던 저고리인형을 다 숨겨두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름을 바꾸고 집안을 정리하고…

나에게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사정이 있어서 그럴수 있는데 일본이름으로 바꾸어버리면 자기가 조선사람이 아니라고 하는거나 같은거잖아…)

그런데 놀라운것은 그런 아버지가 지금은 그 누구보다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신다는것이다. 우리 아버지는 올해 학교 아버지회회장을 맡아하신다.

풀을 베고 김치를 팔고 책을 희사해주시고 페스타성공을 위해 계획과 예산을 세우고 련일 회의를 하시고…

나는 일본교육만을 받아오신 아버지가 왜 이렇게나 《우리》를 위해 일하시며 《우리》를 널리 선전하여 《박동호》로 당당하실수 있는지 신기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버지를 《천연기념물》이라고 하는것이다.

그림 정애화

그러면 우리 아버지는 언제 어디서 《우리》를 알게 되였을가?

우리 아버지가 《우리》를 알게 된것은 일본대학을 다닐 때 《류학동》이라는 조직을 만나서부터였다.

아버지는 이 《류학동》에서 난생처음으로 우리 말과 글을 배우고 우리 력사와 문화에 대하여 알게 되였다.

그리고 인차 그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어느새 일본대학에서 강의를 받는 시간보다 류학동에서 우리 말과 글을 배우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더우기 놀란것은 아버지는 대학을 졸업하신후 《우리》에 대하여 더잘 알고싶다고 류학동조직 전임일군으로 사업하시기로 한것이다.

(호기심이 많고 알고싶으면 알 때까지 추구하시는 아버지다운 결정이구나.)

《우리》에 대하여 알면 알수록 우리 동포들을 위해서 더 많은 일을 하고싶다고 생각하신 아버지는 《사회보험로무사》의 자격을 얻기 위해 류학동을 그만두셨다. 그런데 국가자격인 《사회보험로무사》의 자격을 얻는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버지는 2년동안 죽기내기로 공부를 하여 기어이 자격을 얻으셨다.

그래서 지금은 상공련합회에서 우리 동포들의 생활상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주야 분투하고계신다. 그 활동이 얼마전에 《조선신보》에서도 소개되였다.

그런 아버지를 두고 우리 선생님들도 동무들도 《지호아버지 대단하시다!》라고 말하군 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대단하다, 훌륭하다》는 말보다 《신기하다》는 말이 더 맞아떨어진다.

(《천연기념물》이 맞긴 맞구나…)

체계적인 민족교육을 받은것도 아닌데 기껏해야 스무살이후에 《우리》를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어째서 그렇게나 전심전력하실수 있는지 그 리유를 도무지 알수 없어 《신기한 사람》밖에는 생각을 못하는것이였다.

그런데 그런 내 생각이 뒤집히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 아버지가 우리 학생들앞에서 강의를 하시게 된것이다.

나는 기대감을 갖고 그날을 기다렸다.

아버지의 새 모습을 볼수 있을것 같아서.

아버지는 강의에서 《세로의 축》, 《가로의 축》이란 말을 꺼내시면서 《세로의 축》은 력사이며 《가로의 축》은 사회라고 설명하시고는 사람은 누구나 그 교차점에 서있다고 하시는것이였다.

그러니 우리는 력사와 사회를 느끼면서 살아야 되며 미래와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수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살아야 된다고 절절하게 말씀하시는것이였다.

또 영향력은 안에서부터 밖으로 적용된다, 다시말하여 《누구/무엇》을 바꾸자면 자기가 먼저 변해야 된다, 사회를 바꾸고싶다면 자기가 먼저 움직이고 노력을 해야 된다고 하셨다.

자기는 그래서 공부도 했고 자격도 받아서 지금 이렇게 동포사회를 위해 일하는것이라고.

나는 아버지의 이 말씀을 처음에는 잘 리해할수가 없었다.

《세로의 축》, 《가로의 축》이란 말을 처음 들어봤고 2개의 축의 중심에 자기가 서있다는 감각을 잘 느낄수가 없었다. 그런데 반면에 아버지의 뇌수가 어떻게 되여있는지 알고싶어졌다.

나는 하교길에서도 자기 방에서도 이불속에서도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거듭거듭 생각하며 그 뜻을 새겨보았다.

그리고 강의를 들었을 때 적은 공책도 다시 보면서 파고들어보니 차츰 아버지의 말씀의 뜻이 안겨왔다.

(아버지는 과거와 미래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 살고계시는구나.)

우리 아버지는 일본학교에서 배우셨지만 과거를 정확히 알고 미래를 뚜렷이 그려보시니 우리 학생들과 우리 동포들을 위하여 일하며 사시는것이다.

《우리》를 위해서- 이것이 오늘 우리 아버지의 원동력으로 되여있다.

나는 《세로의 축》, 《가로의 축》의 교차점에 선다는 뜻을 겨우 리해한것 같았다.

나는 아버지가 지나오신 인생의 순차를 알고있었을뿐 아버지가 걸어오신 《인생길》을 모르고있었다. 그 길에 깔린 아버지의 생각,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으니…

이번 강의는 아버지가 신기한 존재로부터 존경하는 존재로 뒤집혀진 뜻이 깊은 강의였다.

《천연기념물》

사전을 펴보니까 《특이한 식물과 동물, 진귀한 자연물들가운데서 학술적으로나 풍치상으로 의의가 있어 국가가 특별히 설정하여 보호관리하고 보존하는 대상》이라고 적혀있다.

나는 우리 아버지는 특이한 인생길을 걸어오시면서도 우리 학교와 동포사회를 위해 의의있는 일을 하시는 희귀한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역시 우리 아버지는 《천연기념물》이다. 아니 내가 자랑으로 여기는 훌륭한 《천연기념물》이다.

기쁨의 목소리

초급부 3 학년때부터 목표로 한 1 등을 할수 있어서 눈물나게 기쁩니다. 이 글은 나에게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알게 하는 계기를 주었습니다. 《천연기념물》이라는 제목도 참 마음에 듭니다. 훌륭한 아버지, 어머니를 가진 자부심, 나를 믿어서 지도를 해주신 선생님에 대한 감사로 가득차있습니다.

〈단평〉우러나오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

자신이 살아온 15년간의 삶과 아버지의 그것을 대비하면서 이 글을 쓸 생각을 했을가. 한번도 우리 학교를 못다니신 아버지의 고뇌, 류학동조직을 만난 뒤로 동포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존경심을 키워가는 학생. 제목에는 저자가 아버지를 더없이 소중하게 간직하였음이 잘 나타나고있다. 아버지에게 있어서는 박지호학생이 천연기념물만큼이나 소중한것. 중학교 졸업후 믿음직한 조선청년으로 성장하기를 응원한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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