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고목/박은양
2026년 03월 24일 14:24 기고집가까이 산책길에 오래 피는 매화꽃이 있다.
이 주변에서는 제일 큰 매화나무라 해마다 이른봄에 화사하게 꽃을 피웠다.
그 꽃향기는 바람타고 강건너 이편까지 새콤달콤한 향을 풍기기도 하였다.
어느해 유난히 따뜻한 겨울에는 년초부터 꽃을 피워 산책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그러던것이 4, 5년전쯤 갑자기 가지가 마르기 시작하였다. 고목이라 이제 꽃은커녕 잎도 안돋았다.
그냥 말라서 이제 썩어가는가봐 하고 섭섭한 마음으로 쳐다보군 하였다.
그러던 어느해 공원정비원이 나무가지를 푹싹 깎았다. 매화나무치고는 큰나무였던데 반쪼가리 나무신세가 되였다.
이전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은 초라하기도 하였다.
그 나무가 올해 꽃을 피웠다.
남은 가지에다 얇은 새가지가 돋아 그 자리에 옹기종기 꽃을 피웠다.
예전보다 분홍빛은 연해졌으나 예쁜 자그마한 꽃들이 그래도 얼마나 많이 피였는지!
오래 앓아서 바깥출입을 못한 친구가 화창한 봄날에 《나 여기 있어》 하고 모습을 나타낸것 같았다.
병난자리를 치료하고 따스한 해볕이 안아주고 싱그러운 바람이 쓰다듬어주고 단비를 담뿍 뿌려주면 식물은 소생하는것이다.
사람도 나이가 들어 허약한데가 생기기는 하지만 영양가높은 식사를 꼭꼭 챙기고 신체를 부지런히 움직여 근육을 키우고, 삶의 목표와 지향을 갖고 살면 다시 젊어지는 법이리라.
60청춘 90환갑이라 하지 않느냐.
(도꾜거주, 71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