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소설】《나》를 배신한 나/오연화
2025년 12월 03일 17:51 문화《향미야, 드디여 오늘이 왔어!》
기숙사생활 3년째를 함께 하는 순희가 흥분된 목소리로 나를 깨웠다.
언제나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점검에 참가하는 순희인데 오늘은 이제 화장까지 하고있었다.
오늘은 새 1학년이 조선대학교에 들어서는 날이다.
우리 3학년생은 그들의 기숙사생활, 조직생활을 돌봐주는 《생활지도반》이 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3학년은 신입생이 입료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졸업한 우리의 〈지도반〉선배들은 걱정할것이지. 우리가 잘 돌봐줄수 있는가고…》
순희는 롱담 반 진담 반으로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넌 공부도 소조도 조청운동도 꾸준히 해왔잖아. 가슴펴도 돼.》
《헤헤헤, 고마워.》
나는 쑥스럽게 웃는 순희가 부러웠다.
◇
오후 3시, 드디여 1학년이 큰 짐을 가지고 교문을 들어섰다. 교육학부, 경영학부, 체육학부… 그들은 자기가 소속하게 된 학부이름이 씌여진 간판이 있는데로 향한다.
우리에게로 다가온 한 학생이 《문학력사학부 최명옥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우리를 보았다.
《잘 왔구나! 자 그럼 향미, 명옥이를 기숙사까지 데려다주렴.》
(활기찬 동무가 왔구나…)
《뭘 멍하니 하고있어? 이제 와서 긴장이야?》
순희가 어깨를 두드려서야 정신이 든 나는
《아, 알았어. 자 가자.》
나는 명옥이를 이끌고 기숙사로 향했다.
《난, 김향미라고 해. 잘 왔어. 집에서 대학까지 멀었지?》
《야행뻐스타고 왔으니 좀 힘들었어요. 그러나 대학생활이 너무 기대되니 이젠 힘있어요!》
《하하, 그건 좋았어. 어문학과를 택했으니 〈국어〉를 좋아해?》
《예! 난 대학에서 많은 〈작품〉들을 만나고싶어요!》
명옥이는 장차 교원이 되여 아이들에게 우리 말을 배워주고싶다면서 앞으로 어떤 대학생이 될가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인다고 했다.
이러는 명옥이를 보니 대학생활을 잘 누리리라 마음먹었었던 2년전의 《나》를 떠올리게 되였다. 초급부시절부터 계속해오는 축구를 대학외부에서 배우면서 문학력사학부의 한 성원으로서 학습도 운동도 잘하려고 한 《나》를…
《향미언니, 많이 가르쳐주세요.》
명옥이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명옥이의 많이 가르쳐달라는 말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자, 저기 기숙사가 보인다.》
나는 기숙사를 가리켜 말했다. 야! 하고 명옥이는 두눈을 부릅 떴다.
그런데 내 가슴속에서는 자신에 대한 일종의 《불쾌감》이 가슴속에 서리였다.
◇
《지도반》으로서의 대학생활도 며칠이 지났다.
《명옥이가 내게서 빌린 책을 다 읽었대.》
손전화를 보고있는 나에게 순희는 기뻐하며 말한다.
《착하다야.》
명옥이의 눈빛이 떠오른다.
마음이 흐린다. 내 마음이 우중충해진다.
옆을 보니 순희는 과제를 푼다고 콤퓨터를 다루고있었다.
콤퓨터의 토닥거리는 소리만이 울리는 호실에서 뚝뚝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했다.
《순희언니, 빌린 책을 가져왔어요.》
명옥이가 한권의 책을 갖고 문밖에서 찾았다.
《마침 우리 명옥이가 왔구나. 명옥아, 나 지금 자리를 뜰수 없으니 좀 가져와달라.》
《알았어요.》
3학년생 기숙사호실에 들어온 명옥이는 내 책장을 바라보았다.
《향미언니, 난 이 책 좋아해요! 향미언니도 벌써 읽었어요?》
그 책은 언젠가 내가 선생님에게서 빌린 천리마시대 장편소설책이였으나 절반도 읽지 않은채 그냥두고있었던것이였다.
나는 명옥이의 눈빛이 두려웠다. 그럴 때 내 손전화의 전원이 꺼졌다. 손전화기에 내눈빛이 비꼈다…
(《너》는 나를 어떻게 보고 있어… 《나》를 얕보고있어? 아니면 이런 나를 모욕하고있어?)
내 눈은 좋아하는 책이야기를 하는 명옥이의 눈빛과 달리 점점 흐려졌다.
(그만해달라. 제발…그만해달라…이제 그만해라!)
《난 마지막 장면에서…》
《명옥아, 나 지금 좀 바빠… 후날에 또 이야기하자.》
나는 명옥이가 더는 말을 못하도록 이렇게 막아버렸다.
《아, …알았어요. 그만 가겠어요.》
명옥이는 미안스럽게 호실을 떠났다.
나는 자기 실수를 알고도 남음이 있었고 순희는 나를 어이없다는듯 보고있었다. 그래도 순희는 말은 하지 않고 다시 시선을 콤퓨터화면으로 옮겼다.
기숙사 공부방에는 콤퓨터를 토닥거리는 소리만이 울린다.
내 책상우에는 학습도구가 없다. 책장에 나란히 서는 책들은 한번도 펼치지 못한 책들이 거의라고 할수 있다.
진급의 요건인 《단위》만을 얻기 위한 나의 학습, 토론이 많다고 푸념만을 하던 소극적인 조청운동, 리상으로 내걸었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있는 축구활동…
언제부터 이런 생활을 누리고있는지 나는 3학년이 되고서야, 신입생들을 맞이하고서야 겨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것이였다.
나는 《지도반》이 되여 내가 《나》를 배신하고있었다는것을 똑똑히 알아차렸다.
내가 스스로 느낀 일종의 《불쾌감》은 내자신이 《나》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하고있는 수치감이며 락심이라고 할수 있을것 같았다.
대학을 졸업하면 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축구를 하고 선수생활에서 물러서서는 학생들에게 우리 말을 가르치고 축구도 가르치고…
이러는 《나》의 꿈을 꼭 이루어야 할것인데…?! 앞으로 2년간으로 내가 《나》의 기대에 보답할수 있는 수준에 이를지는 알수 없다. 그러나 《나》의 꿈으로 한걸음이라도 더 다가서도록 해야겠다. 미래는 창창하다고 내가 《나》에게 힘주어 말해야겠다.
《향미언니, 많이 가르쳐주세요.》
명옥이의 말이 되살아난다.
다음은 꼭 대답하자. 그리고 미안하다고, 그 장편소설책 이야기를 하자고 명옥이에게 말하자.
나는 손전화를 두고 책장에서 그 책을 꺼내였다.
(어느새 먼지가 앉았구나.)
나는 가슴속에 쌓였던 먼지도 털었다.
(조선대학교 문학력사학부 어문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