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그렇다, 《이것》이 우리 학교다/김지세
2025년 03월 13일 13:00 주요뉴스허남기선생님께서 쓰신 시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다》
오사까중고 교원인 나는 중급부 3학년생들에게 이 시를 배워주게 되였다.
새하얀 모조지에 시줄을 옮겨쓰던 때였다.
–아이들아, 이곳이…
감회에 잠겨있었기때문인지 저도 모르게 《것》을 《곳》으로 틀려썼다.
고쳐쓰려고 수정펜을 찾던 내 머리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허남기선생님은 《곳》이 아니라 《것》이라고 쓰셨을가?)
《곳》은 일정한 자리나 지역을 나타내는 말. 학교를 가리킨다면 《곳》이 더 적합하지 않을가? 수업준비를 하는 내내 의문은 머리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수업에서 시 전문을 배우고난 뒤 학생들과 함께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어째서 허남기선생님께서는 〈이곳〉이 아니라 〈이것〉이 우리 학교라고 하셨을가?》
분조마다 토론을 하여 자기 생각을 발표하기로 하였는데 학생들은 앞을 다투며 대답하였다. 늘 욕을 먹던 장난꾸러기 학생이, 국어를 어려워하던 학생이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 허남기선생님은 〈곳〉-유리 한장 없는 초라한 교사를 노래하신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가 있는〈곳〉에 깃든 〈것〉을 노래하셨습니다.
우리 학교에 깃든 〈것〉이란 탄압과 투쟁의 력사, 조국을 배워주고싶다는 마음, 사랑…이와 같은 눈에 안보이는것이 〈우리 학교의 본질〉이라고 전하고싶었을것입니다.》
《우리 학교가 있는 〈곳〉은 일본의 땅이지요. 그러니 남의것이지요. 그러나 우리 학교에서 배워주〈것〉은 모두 우리의것이잖아요. 그래서 〈이것〉이 우리 학교라고 하셨어요!》
《조국해방후 우리의〈것〉을 되찾고 지키려고 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우리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건물이 있어서 우리 학교인것이 아니라 마음이 모여서 우리 학교입니다!》
나는 학생들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뜨거운 그 무엇이 나의 가슴을 쿵하고 치는것만 같았다.
학생들이 하는 말들이 그저 시를 분석하며 찾아낸 말로 들리지 않았기때문이다.
오사까중고 재학생들은 작년 11월에 하나죠노교사를 떠나 지금 림시교사에서 생활하고있다. 추억깃든 하나죠노교사에서 졸업하고싶었다고, 그곳에서 뛰놀던 나날이 못견디게 그립다고 하던 학생들이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학생들에게 힘을 북돋아주고 잘 타일러주어야 한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니였다.
나는 칠판에 써붙인 시에 눈을 돌렸다.
허나
아이들아
너희들은
니혼노 각고오요리 이이데스 하고
서투른 조선말로
–우리도 앞으로
일본학교보다 몇배나 더 큰 집지을수 있잖느냐고 되려
이 눈물많은 선생을 달래고
그리고
또 오늘도 가방메고
씩씩하게 이 학교를 찾아오는구나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학교다
비록 교사는 빈약하고 작고
큼직한 미끄럼타기 그네 하나
달지 못해서
너희들 놀 곳도 없는
구차한 학교지마는
아이들아
이것이 단 하나
조국 떠나 수만리 이역에서
나서자란 너희들에게
다시 조국을 배우게 하는
단 하나의 우리학교다
아아
우리 어린 동지들아.
민족교육 초창기의 아이들이 눈물많은 선생을 달랬듯이 오늘은 내 앞의 맑은 눈동자들이 나에게 배워주었다.
우리 학교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고 《마음》이라는것을…!
그렇다, 이것이 우리 학교다!
나는 나를 보는 맑은 눈동자들을 보았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불렀다. 《우리 어린 동지들》이라고…
(오사까중고 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