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시〉못다 그린 집/민병준
2012년 02월 13일 15:36 문화・력사공책장 펴들고 영남이는 그리네
새집들이 날마다 일어서는데
저 집을 그릴테다 마음먹은 영남이
돌격대 형님들 한층 올리면
영남이도 공책장에 한층 그려넣고
한밤 자고나니 야아, 또 올랐네
우르릉 기중기로 두층 높이면
영남이도 연필로 두층 높이고
그렇지만 어쩌나 오늘은 영남이
공책장은 끝까지 빼곡 찾는데
그림장은 집으로 꽉 찾는데
집은 우줄우줄 자라기만 하네
기중기도 신이 나서 팔 저으며 짓는 집
어디다 그리나 못 다 그린 집
새집을 그린다고 뽐내던 영남이
높아가는 저 집만 입 벌리고 쳐다보네
(조선신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