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심양, 단동에서 본 조선의 새로운 모습/박재훈
2012년 12월 12일 11:18 주요뉴스조선과 중국간의 경제교류 및 협력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있다.
2011년도 조중무역규모는 지난해보다 62.4% 늘어난 56억 2,000만$를 기록하였다. 이것은 2000년도의 12.5배의 규모로 최근10여년동안에 조중간 무역이 얼마나 급속히 발전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무역규모의 대폭적인 증가는 조중간 경제교류, 협력의 한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의 조중경제관계의 심화는 무역 즉 물자의 교류와 함께 로동력과 자본의 교류, 흔히 《사람, 물건, 돈》으로 이야기되는 전반적경제관계의 심화라는 모양새를 갖추고있는것이 특징이다.
《대심양경제구》계획
조선대학교 경영학부는 중국경제의 약동성과 극적으로 변해가는 조중경제관계의 현실 그리고 동포기업의 해외진출사례를 직접 보고 듣고 느끼게 하려는 목적으로 금학년도부터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중국경제시찰프로그람을 진행하고있다. 필자는 9월 24~26에 걸쳐 이번 경제시찰단의 책임자로서 료녕성 심양시와 단동시를 방문하였다.
료녕성은 길림성, 흑룡강성과 더불어 동북3성으로 불리우고있다.
《시장경제화》에서 뒤떨어진 이 지역은 2007년에 《동북지구진흥계획》이 국가적정책으로 채택된것을 계기로 지역개발이 활발하게 벌어지고있다.
우리가 첫발을 디딘 심양시는 료녕성의 성도(省都)이다.
면적13,000k㎡, 인구가 723만명에 달하는 심양시에서는 현재 주변 7개 도시를 교통망으로 련결하여 총인구 2,360만명의 대도시로 확장하는 《대심양경제구》계획이 한창 벌어지고있었다.
시내 곳곳에서 크고 높은 건물들이 새롭게 일떠서고있었으며 교외에서는 재래식단층집을 허물고 논밭들을 정리한 자리에 새로운 도시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있었다. 날마다, 시간마다 그 모습이 변한다던 이전의 상해나 심전, 베이징 등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보는것만 같았다.
조선에서 중국에로의 투자도
이러한 심양시의 중심에 자리잡은것이 우리가 숙소로 정한 《칠보산호텔》이다.
조중경제관계 특히 자본투자를 이야기할 때 중국으로부터 조선에로의 투자가 주로 이야기된다. 그러나 조선으로부터 중국에로의 투자도 존재한다.
《칠보산호텔》도 바로 그런 사례중의 하나이며 2000년에 개업을 한 4성급호텔이다. 4개월에 걸치는 보수를 마치고 올해 4월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영업을 재개하였다.
호텔이 란립하는 중국에서 국제호텔을 운영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숙박객의 60%를 차지한다는 외국손님들의 만족도를 어떻게 높이는가가 관건일것이다.
154개 객실을 갖춘 이 호텔의 특징은 종합예술공연을 보여주면서 조선료리를 봉사하는 레스토랑이다.숙박객이 아닌 중국인들로 찾아와 성황을 이루고있다고 한다.
새로 개업한 호텔의 시설,설비들도 모두 수준급이다.
세련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의 로비에서 치마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은 봉사원이 손님을 친절하게 접대하는 모습은 외국인에게는 이채로움을, 우리에게는 안심감을 준다.
새로 꾸려진 객실 또한 마음에 들었다. 간접조명이 비치는 차분한 색갈의 인테리아가 자아내는 현대적인 분위기와 침대우에 덮어진 색동무늬천이 뿜어내는 민족적인 향취가 묘하게 어울리는 객실은 편안함을 안겨준다. 방에 설치된 대형액정텔레비죤을 켜면 조선의 특산물인 칠보산송이버섯의 CM이 흐르고 중국의 모든 방송과 CNN, BBC등 세계 여러 나라방송은 물론 조선중앙방송도 방영되고있었다.
《칠보산호텔》은 조선의 자본이 운영하는 호텔이라는것을 최대의 무기로 하여 산좋고 물맑은 오염 안된 자연환경, 조선민족의 독특한 문화정서, 거기에다가 사회주의고수라는 정치적메쎄지까지 외국인들이 가지고있는 조선에 대한 표상을 전면에 내걸고 거기에 국제적인 수준의 봉사성을 곁들여 상품으로 제공는 브랜딩전략으로 어려운 경쟁을 이겨나가고있는것 같다.
가까운 미래에 닥쳐올 전면적인 국제경제관계개선에 대비하여 귀중한 경험들을 선행하여 축적하고있는셈이다.
단동시-황금평, 압록강다리
압록강을 끼고 신의주시와 마주보고있는 단동시는 총면적 15,200㎢, 인구수는 243만명인 중국최대의 국경도시이다.
조중무역의 중심지로서 조중무역의 약 70%가 여기서 진행되고있다.
단동시는 국가적인 지역발전계획인 《료녕연해경제벨트지역발전계획》(일명 《5점1선계획》)이 지정한 중심개발지역으로서 그 계획에 따라 시가지에서 서쪽으로 약20km 떨어진 곳에 신도시를 대대적으로 건설하고있다.
신도시건설계획의 중심내용의 하나가 《량도1교(両島一橋)프로젝트》 즉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개발과 압록강다리건설계획이다.
온가보 중국총리의 제의로 시작된 압록강국경다리의 건설현장도 조선과 중국이 공동으로 개발, 관리하게 될 《황금평》도 바로 새로 건설되는 단동신도시의 중심에 위치하고있다.
면적이 약12㎢인 황금평은 압록강의 한복판에 떠있는 섬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압록강을 끼고 조선과 떨어져있고 중국과 땅이 이어져있어 국경을 상징하는 철조망만 없으면 중국땅으로 착각할것 같았다.
현지의 전문가에 의하면 그러한 지리적조건때문에 중국측이 먼저 조선측에 황금평개발을 제기하였다고 한다. 직접 현지에 가서 보니 중국측이 황금평공동개발에 나서게 된 큰 리유의 하나가 그러한 지리적조건에 있음은 확실할것 같았다.
황금평의 동쪽끝 공터에 《중조가 서로 우호를 깊이고 경제번영을 함께 촉진시키자》는 커다란 구호가 걸려있는것이 인상적이였다. 여러 사정으로 아직은 눈에 띄게 활발하지는 않으나 조만간 대대적인 투자들이 이루어질것이 전망된다.
조용하던 황금평과는 대조적으로 압록강다리는 눈에 보이게 공사가 진척되고있었다. 길이 약 3km에 달하는 이 다리는 압록강의 한 가운데 2개의 기둥을 세워 거기에 다리를 놓는 형태로 설계되여있다.
지난해 4월에 처음 현지를 찾았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다리건설의 말그대로 기둥인 두개의 구조물이 강 한복판에 우뚝 서있어 공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있음을 확인할수 있었다.
멀지 않은 앞날에 이 다리가 조선반도가 세계에로 이어지는 가교가 될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크게 부풀어오름을 금할수 없었다.
동포상공인의 피복공장
우리가 단동시를 찾은 또 다른 목적은 거기서 운영되는 재일동포기업을 방문하는것이였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일본전국에 판매망을 가진 전문소매업자에게 자사제품을 납품하는 피복공장이였다.
2000년대에 들어가 조업을 시작한 이 공장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으로서 조선에서 로동인력을 보장받으며 중국에서 생산을 진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활동을 구상하고 조선과 국경을 접한 단동시에 과감하게 진출하여 성공한 기업이였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 공장에서는 겨울용 양복제작이 한창이였다.
1,000명가까운 젊은 녀성로동자들이 넓은 공장에서 일사불란하게 작업하는 모습은 가관이였다.
회사측설명에 의하면 하루 1,000벌, 년산 300,000벌의 규모인 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매주 단동항으로부터 일본으로 수출된다고 한다. 여기서 생산된 상품은 일본에서 중가격제품으로 판매되고있다고 한다..
회사측에서는 중국에서의 공장운영이 궤도에 올라서고 일정한 성과를 거둘수 있었던것은 고품질, 저코스트를 철저히 추구한 결과라고 하면서 무엇보다도 근면하고 질좋은 로동력의 확보가 크게 작용하고있다고 분석하였다.
그러나 공장의 견학을 통하여 알게 된것은 그와 동시에 숙련공의 확보가 어렵다는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작업의 표준화와 생산라인의 합리화, 저코스트와 고품질을 량립시키기 위한 현지기업으로부터의 원자재조달 등등 경영노력의 결실이 기업성공의 비결이라는것이였다.
중국에 생산거점을 가진 동업자들도 많지만 그 어디에도 지지 않는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말에는 들이닥친 역경앞에서 주저앉는것이 아니라 그것을 소요의것으로 하고 자기가 가진 장점을 무기로 기어이 결과를 내고야(성공하고야)말겠다는 동포상공인의 뜨거운 열정이 비껴있었다.
□ □ □
중국방문 내내 머리를 맴돈것은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말이였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중국을 방문한 시기는 중국에서 반일시위가 련일 일어나던 시기였다. 우리 일행은 신변안전을 위하여 체류기간내내 초상휘장을 모시고 다녔다.
초상휘장을 모시고 다니는 우리 일행을 보며 중국시민들은 말을 건네오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군 하였다.
중국의 조선족들은 우리의 존재를 기적이라고 찬양해주었다.
일본에 살면서 민족을 지켜온 재일동포들의 력사는 힘차게 움직여나가는 세계의 현실속에서 눈부신 빛을 뿌리는 우리의 강한 무기가 되리라는 생각을 깊이게 된 중국방문이였다.
(조선대학교 경영학부 부학부장, 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