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가꾸는 보람/김영희
2018년 02월 14일 10:32 민족교육여느때처럼 다가온 점심시간. 그런데 여느때없는 반찬에 매 교실들이 흥성이였다.
그 반찬이란 김치이다.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흔히 접하는 음식인데 오늘따라 김치가 돋보이고 김치를 멀리하던 애들까지도 좀 먹어볼가 손을 내민 그 사연이란…
《배추가꾸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에 걸쳐 군마초중 학생들은 과외수업의 일환으로 농업체험을 하였다.
린근 일본학교 학생들에게 농사의 즐거움을 안겨주기 위해 여러번 체험을 시켜주고있는 한 농가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도 꼭 기회를 마련해주고싶었다며 배추가꾸기체험을 조직해주었다.
지난해 가을에 배추묘 3,700포기를 심은 학생들은 1월 13일 배추거두기를 체험하였다.
그동안 농가에서는 학생들이 다시 찾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한다. 학생들이 정성담아 묘심기를 하는 모습도 인상깊었거니와 묘심기가 즐거웠다며 배추가 다 익을 그날이 기다려진다는 감사편지를 받은 농가 주인은 여태까지 이러한 반응을 보인 학교는 없었다고 감탄을 금치 못해하였다.
탐스럽게 자란 배추들을 보고 아이들은 제각기 묘를 심은 자리에로 부리나케 달려가 《이건 내 배추야!》 하며 하나하나 열심히 거두어나갔다. 그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던 농가 주인은 이날 양파씨뿌리기체험도 시켜주었다.
양파가 자라면 다시 아이들을 불러주자는 그 마음이 참말 고마웠다.
《정서가꾸기》
우리 학교에는 30년이상 이어온 전통이 있다. 그것은 어머니회에 의한 정서교육이다. 아이들이 보다 많은것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도록 기회를 주려는 어머니들의 간절한 념원으로부터 시작된 활동이다.
과거에는 학생들이 책을 즐겨읽도록 도서실꾸리기며 높이가 1m나 되는 큰 책을 만들어 우리 나라 동화들려주기며 유명한 연주가를 우리 학교에 초청하여 진행한 콘서트며 도자기만들기 등등 많은것을 시도해왔다.
신이 나고 평소에 경험하지 못하는 이런 기획들은 매번 학생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올해도 학생들에게 민족의 정서를 심어주자고 궁리를 하던 참에 때마침 배추가꾸기소식을 듣고 어머니들은 무릎을 쳤다. 학생들자신이 가꾼 배추로 김치담그기를 가르쳐주자는것이였다.
지난 1월 25일 학교에서 진행된 김치담그기는 처음 해보는 학생들에게는 새 발견의 련속이였다.
특히 김치담그기가 몹시 품이 든다는것 그리고 양념에 꿀과 과일을 넣는다는것이였다.
(매운 김치에 꿀과 과일을 넣다니…)
아이들의 건강을 늘 첫자리에 놓고 생각하는 어머니심정, 보다 많은 학생들이 김치를 먹을수 있도록 하자는 그 정성에 가슴후더워짐을 금할수가 없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것은 어머니들의 희한한 료리솜씨였다.
학생들은 실지로 작업을 해보니 김치만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것을 알았다. 그런데 어머니들은 그걸 쉽게 해제낀다. 어느 중급부 남학생은 한 어머니가 썬 무우가 너무너무 얇아서 투명하다며 감탄해하였다. 집에서 매일 먹는 료리에 깃든 어머니들의 사랑과 고마움을 절감하게 해준 뜻깊은 시간이였다.
《미래가꾸기》
이날 우리 학교에는 래학년도에 입학할 신입생들과 토요아동교실 대상어린이들이 찾아와 우리 학교 학생들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기무치》가 아니라 《김치》라는것을 알게 된 어느 녀애는 집에 돌아가서 어머니에게 배워주고 생일을 맞은 어머니를 축하하여 이날 만든 김치를 선물로 드렸다고 한다.
또한 김치를 이제까지 먹은적이 없었던 어느 남애는 김치담그기를 하는 과정에 흥미가 나서 먹어보았더니 《맛있다, 맛있다》 하고 기뻐하며 집에 가져가겠다고 하였다.
《우리》의것이 많고많아도 제눈으로 김치가 만들어지는 공정을 보고, 서툴러도 제손으로 담가보고, 제귀로 우리 말을 쏙쏙 익히고, 제코와 혀로 고소한 민족의 향기를 맡으며 민족을 느낄수 있는 김치담그기는 분명 그들에게 민족성의 씨앗을 심어주고 그들의 미래를 가꾸는 귀중한 밑거름이 되였다.
◇
학생들은 김치담그기를 통해 자기들이 따뜻한 사랑속에서 자라고있음을 느꼈다.
《사람과 곡식은 가꾸기에 달렸다.》는 말이 있듯이 가꾸는데 필요한 영양분은 바로 《사랑》임을 나자신도 새삼스레 느꼈다.
이러고보니 우리 학생들은 부모님들의 사랑은 물론 일본사람들의 사랑까지 담뿍 받아안으며 자라는 행복동들이다.
이간 학생들은 배추를 가꾸는 보람, 어머니들은 민족정서 가꾸는 보람을 느꼈다. 나도 사람을 가꾸는 한 교원으로서 학생들을 받아안은 사랑에 보답할줄 아는 사람으로 키웠을 때 비로소 가꾼 보람을 느낄것이다.
(군마초중 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