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시】《잘 다녀와-》/허옥녀
2026년 03월 23일 11:18 문화・력사아침마다 7시 45분이 되면
할아버지는 계단을 내려간다
커피를 마시다가도
텔레비뉴스를 보시다가도
자전거 타고 학교 가는 손녀가
집앞을 지나는 7시50분
어김없이 할아버지는 손녀를 바랜다
《잘 다녀와-》
학교통합으로 통학길이 멀어져
남들은 자전거 몰고 학교 다녀도
겁 난다고 혼자 시뻐스로 다닌 손녀
애가 탄 날 어찌 한두번이였으랴
그런데 그런데
6학년생이 되면
자전거로 학교 다니겠단 약속 지켜
오늘도 씽씽 자전거를 모는 막내손녀
비가 와도 걱정
바람이 불어도 걱정
마음 놓일 날 드물어도
남의 나라땅에서도
조선사람 키워주는 우리 학교가 있어
얼마나 다행이랴 얼마나 복된 일이랴
졸업의 날이 다가오는데
할아버지는 오늘아침도 집앞에 서서
막내를 배웅한다
순식간에 자전거는 사라지지만
손녀의 가슴에도 할아버지 가슴에도
오가는 정 깊어만가는구나
《잘 다녀와-》, 《다녀오겠습니다-》
(문예동오사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