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아카운트

【투고】늦가을의 늦은 오후에/서정인

2025년 11월 10일 16:00 문화

(단상)

 

내가 퇴근할 차비를 하고있는데 조심스레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어봤더니 두 녀학생이 서있었다.

(…누구들인데?)

《선생님 이거…》 하며 내미는 한 학생의 손에 까만색 필갑이 쥐여져있는것을 보고서야 나는 그들이 누군지를 알아차렸다. 금학년도 후기부터 강의를 맡아서 아직은 이름도 얼굴도 익히지 못한, 오늘 오후에 두번째 강의를 한 학급의 학생이였다.

×     ×

교실에서 강의를 하다가 교탁안에 필갑이 있는것을 본 나는 오전에 이 교실을 쓴 학생이 잊어먹고간것이라고 짐작하였다. 나중에 또 다른 학생이 교실을 정리할 때 교탁에 넣어둔것이리라… 그래서 나는 강의를 끝내면서는 그 필갑을 맨 앞줄의 책상우에 두고 교실을 나왔다. 래일 아침에라도 필갑의 임자가 곧 찾아볼수 있도록. 그것은 두시간쯤전의 일이였다.

그런데 찾아온 두 녀학생은 교원이 교실에 잊어먹은것으로 리해한것 같았다. 나는 교실에 있던 학생들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그 필갑을 책상우에 두고온 자신의 행동이 후회되면서도 이 학생들이 나를 찾아서 이 시간까지 구내를 헤매지는 않았을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였다.

(수업이 집행된 1연구당에서 내가 있는 2연구당의 비상근강사가 쓰는, 문패가 안 붙은 이 방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갑자기 날이 추워져 비까지 오는데… 1연구당에서 보게 되면 2연구당은 그들의 기숙사하고는 정반대편에 위치하고있는데…)

나는 학생들에게 아주 짤막한 위로의 말을 건네주고는 다시 필갑을 교실에 두도록 말했다. 좋은 일을 《헛수고》한 학생들은 고개숙여 인사하며 갔다.

장차 교원이 되겠다는 희망을 품고있을 그들의 소박한 소행은 아마도, 반드시 그들이 교단에 서는 앞날에 어린 학생들을 진정으로 대하고 품어키울것이라고 내게 설득력있게 가르쳐주는듯 했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늦가을에 비바람 부는 퇴근길에 오른 내 가슴속에는 훈훈한 바람이 일었다.

(문예동중앙 부위원장)

Facebook にシェア
LINEで送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