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남들은 서툴렀던 분야를 진심 하나로 그려내다/박태진시집 《혼자말》을 두고
2025년 07월 23일 15:20 문화올해 봄에 발행된 박태진시집 《혼자말》이 호평이다.
사반세기의 창작시를 한권의 책으로 묶은 시집에는 44편의 시와 2편의 가사가 실렸는바 시인이 우리 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의 감동과 《발견》을 쓴 작품이 11편, 두 딸이 성장하는 과정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노래한 시가 14편, 그것과는 또 다른 자신의 가슴속 《설레임》을 표현한 시가 8편 그리고 동포생활속에서 찾아낸 보물같은 《이야기》가 13편이다.

박태진시집 《혼자말》
시 《철학선생님》에서는 어린 학생들을 직업적으로 가르치기만 하는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그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사색하는 교원의 자세를 엿볼수 있다.
…양지바른 곳 정하고서 / 자리 깔자 하였더니 / 《민들레가 피여있는 곳은 피하자》…
…고개를 기울이며 / 곧은 눈길로 향수가 하는 말
《선생님 그럼 잡초우에는 앉아도 좋습니까?》 / 뜻밖의 물음에 나도 골똘히 / 학생들은 나의 철학선생님!
학생의 물음에 그냥 쉽게 한마디로 대답해버리는것이 아니라 우선은 함께 생각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시 《아빠 봐줘》에서는 나날이 몰라보게 크는 두 딸의 《오늘, 이 순간》을 놓지지 않고 보고 새겨두려는 부성애가 소박하고 진실하게 노래된다.
…아빠, 똑바로 봐줘! / 궁둥방아를 찧으며 하는 / 딸들의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바로 보아야지 / 두번 없는 오늘을 똑똑히 보아야지 / 아빠, 보지 마! / 하고 말하는 날도 멀지 않을텐데
그런가하면 시 《약속》에서는 자신의 《설레임》을 이렇게 《고백》하고있다.
…잊지 않고 소리 걸어주네요 / 앓지 않고 잘 있을거지요 하고
뵙지 못한 세월 오래 흘러도 / 언제까지나 기다리니 어서 오세요
오늘도 그대의 소리가 들려오네요 / 그래서 내 보금자리 있어 다짐합니다
좋은 소식 한편 갖고 / 꼭 찾아갈게요

박태진시집 《혼자말》은 QR코드를 통하여 구할수 있습니다.
박태진시인의 작품의 특징을 이야기한다면 그 하나는 우에서도 엿보이는것처럼 생활속에서 만나는 큰 사건이나 충격적인 특별한 일들을 다루는것이 아니라 생활의 갈피마다에서 누구에게나 흔히 있을것 같은 생활속 한토막을 소재로 하고있다는것이다. 그것들은 시인자신의 일상적인 인간과 생활에 대한 관찰과 연구가 안받침되여야만 가능한것이다. 작품들을 보느라면 시인은 늘쌍 시인의 《눈》으로 생활주변을 살펴보고 정서적으로 깊이있게 체험하고 느끼면서 시적《발견》을 거듭하여 더 좋은 소재를 찾아내고있다는것이 알린다.
특징의 다른 하나는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짧게 씌여진다는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자유시라고도 할수 있는 서정시의 길이는 정해진것이 없으나 최근의 추세를 본다면 조선에서는 8련~10련정도라고 할수 있고 시지 《종소리》의 작품을 보게 된다면 대체로가 6련~8련정도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짧은것이 더 좋다는것이 아니여도 말이나 연설이 듣는이에게 전달되는것이 동일하다면 조금이라도 짧은것이 더 세련된 말이라고 할수 있는것처럼 우리가 쓰는 글도 마찬가지일것이다. 더군다나 운문인 시작품의 경우는 함축된 운률적인 어휘를 골라서 쓰는 언어의 예술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시인이 골라쥔 좋은 소재의 주제며 사상이 실현된다면 짧은 시를 긍정적으로 봐도 되지 않을가. 그러고볼 때 2련~4련(15행정도)으로 완결되는 시가 대다수인 시인의 작품들을 내세우게 된다.
그러면서 시집 《혼자말》이 동포들속에서 호평을 받고있는 리유에 대해서 제나름의 생각을 언급해보려고 한다. 그것은 이제까지 《구세대》시인들이 그려내기를 어려워했던, 《서투른 부분》에 바싹 다가서서 그것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진심에 넘쳐 그려내고있기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자식들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너무도 보편적이고 본능적인것이라고 할수 있는 마땅한 감정이겠지만 재일동포사회에서 《구세대》시인들은 제대로 표현하지를 못했었다. 그들이 쑥스러워 의식적으로 피했는지는 알길이 없으나 박태진시집에서는 두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독자들 누구나가 공감되게, 부친이라면 응당한것처럼 당당하게 써냈다는 점과 한편에서는 멀리 떨어져있어도 그리움은 더해만 가는《이》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소박하면서도 정열적으로 표현하여 이제까지는 거의 그려지지 않았던 령역에도 아마도 시인은 쉽게 뛰여들었기때문이라고 생각해보는것이다.
앞으로 이와 같은 시가 왕성히 창작발표되여가는 터전을 닦아주는 역할을 놀았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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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과 함께 있는 박태진씨(가운데, 3월)
《구세대》시인이라는 말을 여러번 썼으니 박태진시인은 《새세대》시인이라고들 받아들이실 독자분이 계실수 있으나 결코 안 그렇다. 시인은 50살을 갓 넘긴 우리 동포사회의 소질있는 《중견》시인의 한사람이다. 시가현에 살면서 다달이 열리는 오사까의 문예동 문학부모임에 지난 27년동안 부지런히, 빠짐없이 참가하여 창작과 합평회를 거듭하는 과정에 시인으로서의 눈과 서정을 계속 키워나가고있는 더 기대되는 시인이다.
문예동 오사까지부의 문학부장과 문학부위원을 력임하였으며 거주지역에서는 현본부에서 역직을 맡아 언제나 동포들속에 살면서 시의 《종자》를 골라쥐고 축적해나가고있다.
재일조선시문학활동에서 보다 큰 역할을 놀게 될것인 박태진시인이 항상 가슴속에 그려보고있는 미래가 시집의 제목이 된 시 《혼자말》에 고스란히 담겨져있으며 이 시집을 누구에게 선참으로 넘겨주고싶었는지에 대하여서도 시집에 씌여져있다. 독자 여러분께서 직접 시집을 찾아서 감상해보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의미에서 아예 그 내용들은 덮어두려고 한다.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서정인 문예동중앙 문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