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앞을 보리라/림사랑
2024년 10월 10일 08:30 민족교육외할아버지가 오사까조고에서 교원을 하시던 1983 년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돈을 모아 학교부지에 목련나무를 심었다. 나는 그 얘기를 고급부 1 학년생이였던 2 년전에 작문으로 썼다. 그 《우리 학교 목련나무》가 제 45 차 꽃송이현상모집에서 2 등이 된것도 있어 그리 관심을 못받아온 목련나무는 어느새 우리의 목련나무로 되여갔다.
고급부 3 학년생이 된 어느날 담임선생님이 나를 부르시고 6 월말에 진행될 문화제에서 고 3학생들이 연극을 하게 되였는데 2 년전에 내가 쓴 작문을 토대로 각본을 창작중이다고 말씀하셨다.
오사까중고는 여기 히시에에서 미도리바시에로의 이전을 앞두고있다. 이제 곧 우리의 새 교사가 완공되는데 올해 문화제는 50 년이상의 력사가 깃든 이곳 교사에서 진행될 마지막 문화제이다. 그런 특별한 문화제에서 상연할 연극의 토대가 《우리 학교 목련나무》라니 나는 기뻤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만했다.
연극의 내용은 우리의 미래에 대하여 불안을 안고있는 조고생들이 《목련이》와 만남으로써 창창한 래일을 그려보게 된다는 내용이다. 나는 미래에서 온 《목련이》역이다. 우리는 학교나 집에서도 련습을 했고 연극을 더 좋은것으로 하자고 외할아버지가 우리앞에서 강의도 해주셨다. 교단에 서신 외할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 잘하고싶었는데 나에게는 하나 걸림돌이 있었다. 60 개를 넘는 나의 대사 중 가장 짧은 대사 《괜찮아》를 어떻게 말하면 옳은지 정답을 찾지 못했다.
미래에서 온 《목련이》가 불안을 갖는 조고생들에게 말해주는 중요한 말이지만 내 속심은 어떨가? 《우리》의 미래를 그려보자니까 연극속의 학생처럼 불안이 앞서는것을 나도 흔한 일로 여기고있었고 앞을 보지 못할 때가 더러 있었다. 이 말을 어떻게 말하면 옳은지 여러 소리빛갈, 억양으로 몇백번 말해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런 나의 고민을 아신 담임선생님께서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불안을 갖고있지만 우리의 력사를 생각해보라. 우리 학교에 대한 차별이 가셔진 순간이란 한번도 없었지만 선대들은 오늘이라는 미래를 그려보고 계속 지켜오셨다, 다음은 우리가 미래를 그려보고 믿어야 해. 앞을 보아야 해. 우리의 힘으로 오사까중고의 새로운 출발점을 만들자!
우리가 앞을 봐야 한다. 나는 비로소 알았다. 《괜찮아》 이 말을 이렇게 말하면 옳다는 정답은 없고 이 말에 어떤 마음을 담겠는가를 내가 가장 모색해야 한다는것을. 중요한건 억양과 소리빛갈이 아니라 내 마음이라는것을. 이것이 문화제를 1 주일후에 앞둔 내가 깨달은것이였다.
연극전날 밤. 시계바늘이 12 시를 넘어도 우리는 련습무대에 섰다. 최고의 연극을 상연하자는 일심단결된 우리 마음은 미래에 대한 신심으로 가득찼다.
드디여 맞이한 당일. 상연직전을 알리는 벨이 울려 나는 무대에 올랐다. 무대의 영상막에는 우리 목련나무사진이 천천히 비쳐져 그것을 우러러보는 《목련이》, 1천명을 넘는 사람들의 시선을 등으로 느낀다. 그속에는 물론 외할아버지도 계신다. 손은 떨리기만 했다.
(괜찮다. 잘하자. 우리가 희망을 보여주자.)
점차 무대가 명전되여 연극 《앞을 보리라》가 시작되였다.
…
(연극중에서)
1973 년 4 월 여기 히시에에 교사가 이전되여 벌써 50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1975 년 9 월 동포들이 모인 체육대회에서 대형공화국기가 처음으로 자랑차게 휘날렸다.
1983 년 3 월 봄날의 해살을 받아 피여난 목련꽃이 처음으로 졸업생들을 축하했다 .그것은 2024 년의 오늘까지 단 한번도 끊이지 않았다, 줄기차게 이어져왔다 … 지금은 록색을 띤 나무도 이른 봄에는 흰 목련꽃을 이루듯이
혼자서는 못하더라도 손을 잡으면 공화국기를 이루는듯이
팔을 끼고 어깨 겯고 앞날을 그려본 사람들이 있었다! 앞날을 믿고 따른 사람들이 있었다! 줄기차게 이어온 력사가 우리에게는 있다! 따뜻한 눈길 덕분에 우리는 여기에 서있다! 앞날을 밝히는 뜨거운 사람으로 다음은 우리가 되련다!
…
연극마지막은 전체 출연자에 의한 합창시였다. 《목련이》는 무대옆에서 조용히 듣는다. 나는 무대우에 선 동무들과 좀 거리는 있어도 함께 웨쳤다.
그러니까 우리는 앞을 보리라, 그러니까 우리가 앞을 보리라!
우리의 결심을 전하려는 동무들의 눈빛은 아주 자랑스러웠다. 무대가 암전되자마자 회장이 터질듯한 박수소리가 울렸다. (해내였다, 우리가 해내였다. 오늘이 오사까중고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다같이 기념사진을 찍는 준비를 하던 중에 눈물로 얼굴이 쭈글쭐글한 외할아버지가 교장선생님과 함께 무대에 올라오셨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는 어린 아이처럼 또 엉엉 울었다.
오늘의 연극을 가장 보이고싶었던 내 외할아버지, 울다가 웃으시고 웃다가 우시는 외할아버지를 보고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외할아버지의 환한 미소는 미래에 대한 신심을 가슴에 새겨 똑똑히 앞을 보고있는 우리에 대한 자랑의 미소일것이고 뚝뚝 떨어지는 이 눈물은 우리 선대들이 창조한 력사가 고스란히 이어져왔다는 기쁨의 눈물일것이다. 언제나 가정의 식탁에서 들은 외할아버지의 옛 이야기가 세대를 넘어 연극이라는 모양이 된다고는 생각도 못했다.
외할아버지와 동무들, 선생님들과 함께 해내여 새 력사가 펼쳐진 이 순간을 나는 영원히 가슴에 새기겠다.
우리들은 외할아버지를 가운데 모시고 다같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우리 손은 자연히 주먹으로 되여있었다. 주먹을 굳게 쥐여 우리 서로 밝은 웃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앞을 보리라!》
(오사까중고 고급부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