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단시》가 맺어준 인연 / 리향애
2024년 09월 29일 09:00 민족교육동요, 동시작가 최영진선생님과의 상봉모임에서
우리 니시도꾜제2초중은 2022학년도에 《우리 말을 잘 배우고 늘 쓰는 모범학교》칭호를 쟁취한데 이어 지난 학년도에 《우리 말을 잘 배우고 늘 쓰는 2중모범학교》의 영예를 지녔다. 이 큰 성과를 이룩한 요인중의 하나에 우리 학교 교직동분회에서 년간을 통해 진행한 《분회 우리 말 운동》이 있다.
우리 분회에서는 우리 말과 글을 즐겨쓰도록 하는것이 민족성고수의 출발점, 애국의 첫걸음으로 된다고 하신 김정은원수님의 강령적 5.28서한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교원들의 우리 말 수준제고를 위해 우리 말운동을 힘차게 밀고왔다.
교직동분회에서 제기된 《우리 말 생활용어편》학습 및 시험은 물론 국어지도위원회에서 달마다 우리 말학습을 준비하여 교원들이 틀리게 쓰는 말들을 척척 바로잡았으며 새로 배운 말들을 가지고 《집단별 서로 말경연》도 진행하였다.
우리는 우리 말과 글을 즐겁게 배우고 그 매력을 몸가까이에 느껴보자고 《우리 문학감상모임》을 조직하기로 했다. 무슨 작품을 가지고 감상모임을 조직하겠는지 생각하던 중에 작년 11월 1일부 《조선신보》에서 최영진선생님이 지으신 《단시 7편》을 보게 되였다.
《로동이란 무엇입니까? 어머니 어깨우에 내린 서리입니다.》
최영진선생님의 단시는 물음법을 써서 비유법을 가지고 그 해답 즉 종자를 찾아내는 형식으로 씌여진 시였다. 이름그대로 단 두행의 시인데 그 해답의 비유대상이 독자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주면서 큰 감동과 자극을 남겨주는 시들이였다.
우리 분회는 국어지도위원회와 상담하여 이 《단시 7편》을 감상한 다음 세대별 토론을 조직하기로 했다.
각자 무슨 시가 마음에 남았는가, 그 리유가 무엇인가. 단시와 자신의 생활체험을 결부시켜 토론하는 시간은 서로의 속마음을 알고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찾게 된 귀중하고 의의깊은 시간이 되였다.
그후 우리 교원들도 단시를 지어보기로 하였다. 《우리 말》, 《우리 학교》를 소재로 하여 모든 교원이 2편씩 지었는데 우리 선생님들이 지은 단시는 참으로 좋은 내용들이였다.
《우리 말이란 무엇입니까? 한없이 솟는 샘물입니다.》
《우리 학교란 무엇입니까? 흔들림없는 대지입니다.》
단시들에는 나에게 있어서 우리 말이란 무엇인가, 우리 학교란 무엇인가를 자문자답하고 깊이 생각하는 모습, 교원으로서의 초심을 되찾는 모습, 계속 우리 말, 우리 학교를 사랑하고 지켜나갈 결심을 다지는 모습이 알른거리는 거울마냥 곱게 비껴있었다.
나는 우리 교원들의 깨끗한 마음들이 깃든 단시를 최영진선생님께 꼭 보여드리고싶어서 편지와 함께 선생님앞으로 부쳤다. 그랬더니 며칠후 뜻밖에도 최영진선생님한테서 회답편지가 보내온것이다.
편지에는 《귀 학교 선생님들께서 이렇게 단시를 지어주셨으니 별찌같이 사라질줄로만 안 나의 단시가 다시 살아난셈으로 된다.》고 씌여져있었다.
또 우리가 지은 시중에서 몇편을 뽑아 강평말씀까지 적어주셨다. 그뿐만이 아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 교원들이 지은 28편 모든 시를 하나하나 강평해주고싶다고 멀리 효고현부터 여기 니시도꾜제2초중까지 찾아오신다는것이였다. 너무 놀랍고도 반가운 소식에 전체 교원들이 기뻐하였다.
《왼발도 아니였어요 / 오른발도 아니였어요 / 눈물이 먼저 조국땅을 내렸어요》
이 시를 읊고 듣기만 하면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얼마랴!
우리 동포사회와 민족교육앞에 수많은 아름다운 노래와 시를 창작하신 작가-최영진선생님.
우리는 만남의 그 시간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6월 28일. 드디여 최영진선생님과 우리 학교 교원들의 상봉모임이 이루어졌다.
수수한 차림새, 부드러운 눈매와 서글서글한 미소, 크지는 않아도 굵고 억세여 보이는 주먹.
《작가》선생님의 도고한 위풍에 우리 교원들의 가슴은 마냥 높뛰였다.
《안녕하십니까.》
목소리는 다정하고 따뜻했다. 만남의 기쁨을 나누어 온화한 분위기속에서 시작한 모임이였지만 최영진선생님의 목소리는 차츰 높아지면서 단시에 대한 강평말씀을 시작하셨다.
《〈우리 학교란 김태일소년의, 박주범선생님의 유산입니다.〉 김선생님, 정말 잘 지으셨습니다. 4.24교육투쟁에서 잊어서는 안될 두분의 이름을 모신것이 깊은 인상을 줍니다. 다만 좀 설명하는 감이 나며 우리 학교를 개인의 이름으로 비유하는것은 어떨가 하는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오늘도 불러봅니다. 김태일소년, 박주범선생님> 이렇게 자리바꿈법을 써보는게 어떻습니까?》
《〈우리 학교란 숲속에 서있는 한그루의 벗나무입니다.〉 이 단시도 잘 지으셨습니다. 만가지 나무가 우거지는 숲속에 오직 한그루 끄떡없이, 아름답게 서있는 나무로 비유한것이 좋습니다. 다만 〈벗나무〉는 우리를 상징하는 나무가 아닙니다. 다른 나무로 바꿀수 없을가요, 리선생님?》
《예, 우리를 상징하는 〈소나무〉로 바꾸어보겠습니다.》
우리 교원들의 눈과 눈은 학생마냥 반짝거렸다.
이렇게 시창작에서 보다 효과적이며 깊은 인상을 남겨주는 표현을 교원마다 대화를 나누어주시면서 함께 생각하고 찾아 이끌어주시였다.
선생님의 말씀 하나하나에 시창작의 묘리는 물론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고 흔들어놓는 우리 말의 우수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보는것만 같았다. 또 《세상에서 제일 큰 인력이 바로 조국의 인력》이라고 하시여 이역의 칼바람 몰아치는 속에서도 일편단심 조국을 우러르며 애족애국의 한길을 꿋꿋이 걸어오신 진정한 시인-최영진선생님의 한생을 똑똑히 가슴에 새기게 되였다.
교원들은 1세, 2세 애국선대들이 피와 땀, 눈물로 물려준 우리의 존엄과 삶은 우리 말과 글을 사랑하고 지켜온 자랑찬 력사우에서 더욱 빛나고있음을 다시금 뜨겁게 간직하게 되였다.
《단시》가 맺어준 최영진선생님과의 기적과 같은 인연. 아니, 이것은 기적도 아니고 우연도 아니다.
우리 말의 귀중함을 언제나 가슴에 새겨 학생원아들에게 옳바르고 아름다운 우리 말을 배워주자는 우리의 불같은 마음이 끌어당긴 기적과 같은 《필연》이다!
상봉모임이 끝난 후에도 교실안은 뜨거운 기운이 완연하였다. 최영진선생님께서 교탁우에 두고가신 꺼질줄 모르는 불씨들.
우리 교원들모두가 그 《바통》을 꽉 틀어잡았다.
(니시도꾜제2초중 교직동 분회장)
우리 말
나의 존엄, 나의 자존심입니다. (백승숙)
한없이 솟는 샘물입니다. (정성희)
조국과 나를 이어주는 태줄입니다. (리향애)
외할아버지의 셈세깁니다. (최혜련)
하나가 되는 무기입니다. (임수혁)
우리 학교
흔들림없는 대지입니다. (신준식)
숲속에 서있는 한그루의 소나무입니다.(리수용)
아이들곁에로 불러준 길잡이입니다. (박리나)
늘 등을 밀어주시는분입니다. (배순혜)
내 삶을 가리키는 라침판입니다. (윤련아)
헛고생없는 가시덤불길입니다. (신형범)
사랑과 정열의 화원입니다. (박수경)
오늘도 불러봅니다. 김태일소년, 박주범선생님 (김세영)
희망의 나래 활짝 펼치는 곳입니다. (조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