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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우리 말과 나⑦ /박재수

2024년 02월 15일 07:45 론설・콜럼

시간에 대한 생각

시간은 빨리도 흐르고 늦게도 흐르는가

위대한 전환의 해, 변혁의 해로 아로새겨진 2023년이 저물어가고 새로운 승리와 영광으로 빛나는 새해 2024년의 새아침이 밝았다.

해가 바뀔 때마다 새로와지는것이 있으니 그것은 시간에 대한 생각이다.

시간은 볼수도, 들을수도, 만질수도, 냄새맡을수도 없지만 우리는 늘 시간에 쫓기고 시간을 의식하면서 산다.

시간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소중한 재산이다. 사는 곳이 다르고 민족이 달라도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은 사람들에게 똑같이 차례진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시간이 모자란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시간이 남아 돌아간다고들 한다. 왜 이런 상반되는 말을 하게 되는것일가.

그러고보면 나도 어릴 때에 빨리 어른이 되고싶어했었는데 좀처럼 시간이 흘러가지 않고 하루하루가 느릿느릿 흘러가는것을 느껴본적이 있다. 그런데 나이들수록 시간이 어찌나 빨리 흘러가는지 자주 시간을 붙잡고싶은 생각이 문뜩문뜩 난다.

10대까지만 해도 시간은 걷듯 했는데 20대는 자전거를 타듯 하고 30대, 40대가 되니 자동차를 타듯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고 50대, 60대에는 비행기를 타듯 고속으로 지나감을 느꼈었다. 70대가 된 오늘이야 말해서 무엇하리. 그런데 이렇게 느끼는것은 아마 나뿐이 아닐것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틀림없이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차례지는데 나이들수록 왜 시간이 빨라지는것처럼 느껴지는것일가.

이에 대한 심리학자들의 연구도 있다고 한다. 이 흥미로운 수수께끼를 풀어보고싶은 생각이 불쑥 머리를 스친다.

시간의 주인은 누구인가

시간을 쪼개가면서 학습한다.(사진은 조선대학교 도서관, 제공-조선대학교)

나는 어릴 때 동포동네에서 살았는데 하루종일 동네아이들과 내가에서 고기잡이를 하거나 메뚜기잡이, 숨박곡질, 딱지놀이 등을 시간가는줄 모르고 재미나게 놀았다.

어릴 때라도 즐겁고 재미있는것을 할적에는 시간이 빨리 가는것을 느꼈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감을 느꼈었다.

또 학생시기에도 재미나고 흥미로운 강의를 들을 때는 시간의 흐름이 빨랐고 그러지 못한 강의는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감을 느꼈었다.

나는 대학생시기에 스승이신 박정문선생님을 따라 여러번 간다진보쬬(神田神保町)에 있는 고서점을 찾아가 언어학과 관련된 책들을 구하고 학습했었다. 졸업후에도 시간이 나면 혼자 고서점을 찾아가 하루종일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도 시간이 아깝지 않았고 고통스럽지도 않았다. 오히려 책을 찾는 재미와 즐거움으로 하루가 빨리 지나감을 느꼈었다.

특히 조국에서의 교과서편찬사업과 론문집필의 나날들, 국어교원들과 학생조국방문단 성원들을 인솔하여 우리 말과 글을 배우던 보람찬 조국강습의 나날들은 하루가 한시간처럼 느꼈었다.

계획이란 래일을 위한 오늘의 결심이다. 나는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하루 6시간의 자학습, 50페지의 독서를 목표로 학습계획을 세워 일요일마다 달성정형을 총화하고 다음주 계획을 세우군 하였다. 미달된 학습계획은 그냥 스쳐넘어가지 않고 일요일과 수업사이의 10분간, 식사시간에 줄지어 기다리는 시간, 이른새벽시간 등을 리용하여 메꾸도록 하였다.

대학식당에서 줄을 서면서 기다리는 동안 분초가 새롭게 책을 읽던 나날들은 오늘도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것은 당시 흔히 볼수 있었던 우리 조대생들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처럼 조대생들은 시간에 쫓기는것이 아니라 시간을 쪼개가면서 유효하게 리용하였던것이다. 그 나날들의 소중한 시간이 나에게 공부하는 기쁨을 안겨주었고 시간에 도전하는 마음을 키워주었다.

나는 자기의 생활체험을 통하여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것인지 결정할수 있는것도 그것을 실천하는것도 오로지 자기자신뿐이라는 교훈을 찾았다.

오늘 하루 이 시간은 나의것이지만 지나간 어제 시간은 나의것이 아니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시간의 중요성을 리해하고 매 순간을 즐겁게, 보람차게 보내고 유용하게 활용하면 젊은 날은 유쾌함으로 가득찰것이고 늙어서도 후회할 일이 적어질것이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하루하루를 보내고있다.

그렇다. 시간의 주인은 자기자신이다.

우리에게 시간은 영원한가

나는 지나온 나날들에 오늘 하루가 자신의 마지막날이라고 생각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아껴가며 열심히 사는 사람도 많이 보았고 시간을 랑비하면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늘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시간을 랑비하는 사람은 시간이 무한정 있는것처럼 생각하면서 행동한다.

시간 그자체는 영원하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이 유한한것처럼 사람들에게 시간은 영원한것이 못된다.

우리의 시간은 한번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길어도 100년을 같이할뿐이다. 그러기에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그리고 시간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성공할수 없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성패가 좌우되기때문이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 되돌릴수 없는 소중한 우리의 시간들, 그런 시간을 안타깝게 허비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의 많고적음은 절대시간에 있는것이 아니라 사람의 머리속에 있다.

사람의 생각과 각오에 따라 시간을 유익하게 리용할수도 있고 랑비할수도 있는것이다.

어떤 각오를 가지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은 인생을 빛내일수 있고 어떤 사람은 인생을 망칠수 있다.

모든 일은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것이 아니다. 그것은 변명일뿐이다. 현실은 가장 바쁜 사람에게 가장 많은 시간을 가져다준다는것을 보여주고있다.

시간과 정성을 들이지 않고 얻을수 있는 결실은 없다. 시간을 지배할줄 아는 사람이 인생을 지배할줄 아는 사람이고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자기 꿈을 이룰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인생은 시간의 랑비에 의해 더욱 짧아진다는것을 명심하면서 래일을 위한 오늘을 살아야겠다고 새삼스레 생각하게 된다.

성공의 비결은 구상과 각오, 실천에 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순간, 인생의 황금기는 청소년시기 즉 초중고, 대학시절이라고 할수 있다. 우리 동포자녀들의 미래는 그들이 청소년시기에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에 달려있다.

사랑하는 우리 재일청소년들과 재일동포들이 《우리 말을 하는 시간은 곧 애국으로 사는 시간입니다.》라고 하신 김정은원수님의 말씀을 받들고 유한한 시간을 소중히 보내주었으면 하는것이 나의 평생소원이다.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래일을 위한 오늘에 살라》

김정일대원수님께서 하신 이 교시는 조국의 부강번영과 미래를 사는 후대들의 행복을 위하여 청춘도 생명도 아낌없이 바쳐나가는 시간이 가장 가치있는 삶이라는 인생관을 우리의 심장속에 새겨준다.

이렇게 시간에 대한 생각에 잠기니 그 언젠가 조국에서 들었던 《래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아- 번영할 내 조국의

래일 래일을 위한 오늘에 우리 살자

백두의 선렬들이 피로써 찾아준

성스런 이 땅에서 태여난 세대들아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래일 래일을 위한 오늘에 우리 살자

미래에 바쳐가는 사랑이 없다면

혁명의 머나먼 길 그 어이 이어가랴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래일 래일을 위한 오늘에 우리 살자

그 어떤 고난도 시련도 헤치며

최후의 승리자로 내 조국 빛내이자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래일 래일을 위한 오늘에 우리 살자

아- 번영할 내 조국의

래일 래일을 위한 오늘에 우리 살자

【경력】1966년 3월 교또조선중고급학교 졸업(9기생), 1970년 3월 조선대학교 문학부 졸업(12기생), 문학부 및 문학력사학부 학부장, 조선어연구소 소장 력임, 현 한글능력검정협회 상담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교수, 언어학박사

(조선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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