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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조선민족의 감동사 《어마나》와 《아뿔싸》/최영진

2023년 12월 08일 07:16 기고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며

《어마나》와 《아뿔싸》는 우리 조선민족의 대표적인 감동사의 하나입니다.

《어마나》는 주로 녀자들이나 아이들이 끔찍하고 엄청난것에 놀랐을 때 내는 소리이고 《아뿔싸》는 뉘우칠 때나 일이 잘못되였을 때에 아쉬워서 내는 소리라고 사전에 나와있습니다.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전에 이 소리를 하시는것을 몇번 들은적이 있는데 그 모양새를 더듬어보면 아버지가 《아뿔싸》 하실 때는 《손가락 딱소리》(엄지손가락과 가운데손가락 끝을 밀착시킨 다음 살짝 치우면서 소리를 내는것)를 울리며, 또 앉아계실 때는 무릎을 가볍게 치시며 《아뿔싸》 하셨습니다. 그럴 때면 《아버지, 어떻게 하셨습니까.》 하고 묻군 했는데 한번은 《손가락 딱소리》에 《아뿔싸》 하시더니 《전화수첩을 사무실 서랍에 넣은채 안가져왔구나. 내 정신 좀 봐. 쩍, 쩍쩍》 하고 입을 다시던 일이 생각납니다.

어머니는 《어마나》대신에 《어마》 하는 소리를 하셨는데 지금도 기억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해마다 산나물을 캐러가셨는데 나도 따라나선 일이 있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 좀 걷다가 어느 낮은산 중턱에 이르렀을 때 어머니는 《오늘은 고사리를 제법 꺾겠구나.》 하시며 허리를 굽혀 살피시더니 《옛다》 하시며 고사리를 하나 꺾어주시였습니다.

나는 난생처음 고비 하나를 꺾었는데 기분이 좋아서 들떴습니다.

내가 한 열두서너개 꺾었을 때 갑자기 《어마!》 하는 어머니목소리가 나길래 얼른 다가갔는데 어머니가 《까마귀뱀이다.》고 하셨습니다.

까마귀뱀은 독뱀은 아닌데 온통 색이 검고 물리면 참으로 아프다는것을 후에 들었는데 그길로 나는 까마귀뱀이 무서워서 고사리를 꺾지 못했습니다.

두어시간 되였을가요. 어머니는 배낭 한짐 고사리를 꺾으셨습니다.

50먹은 남자가 까마귀뱀이 무서워 고사리를 꺾지 못한 부끄러운 얘기지만 《어마!》 하신 그때 어머니모습 또한 잊지 못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기관이나 학교, 동포사회에서 이 감동사를 듣기는 어렵게 되였습니다.

사전속에 잠든 말이 된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 조선대학교 문학부(당시)동창 급비생동무가 《어마나》 하는 모습을 몇번 본 일이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두손을 약간 벌려 한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몸을 젖히는 모습이였습니다. 알아본즉 입에 자연히 오를 때까지 련습을 했다 합니다. 그래서 《어마나》소리가 절로 나온다 합니다.

우리 동창 급비생동무가 《어마나》 하는 감동사를 익힌 의도까지는 듣지 못하였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참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도 현재 그럴만한 정황을 상상하면서 《손가락 딱소리》 그리고 무릎을 가볍게 치시던 아버지모습을 떠올리며 하루에 한두번 련습을 합니다. 처음에는 《손가락 딱소리》가 나지 않았는데 몇번 련습을 했더니 소리가 제법 나게 되였습니다.

뿐더러 남자들도 놀라거나 갑작스러운 느낌을 나타낼 때 《어이구!》라고 하는데 이 감동사 련습도 한답니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 《어마나, 아뿔싸, 어이구》감동사에 대하여 얘기도 하고 몸짓, 손짓 시늉을 하면서 같이 해보자고 권하군 합니다.

애국1세, 2세동포들은 늘 우리 말을 쓰고 생활하면서 화목한 동포동네를 꾸려왔다.(사진은 1968년 총련 가나가와현본부관하 분회모임)

글을 쓰는 김에 한가지 덧붙일가 합니다.

우리 기관들이나 우리 학교들에서 《어마나》, 《아뿔싸》련습을 해줄수 없을가 하는것입니다. 처음엔 쑥스럽고 어색할수도 있을것이지만 우리 민족의 감동사를 살린다는 립장에서 시도해줄수 없을가 합니다.

김정은원수님께서는 우리 말을 하는 시간은 곧 애국으로 사는 시간이라고 하셨는데 참으로 뜻이 깊고도 가슴이 부푸는 말씀이며 반면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 말을 배우고 쓰며 지키는것을 더욱 《운동화》해야 할 이 시기 함께 우리 민족의 감동사가 다소라도 살아났으면 더없이 기쁜 일입니다.

《끼야-》대신에 《어마나》, 《어마》, 《깜짝이야》로.

《씨맛따》대신에 《아뿔싸》, 《아차》로.

《오오》대신에 《어이구》, 《아이구》, 《어이》로.

사전속에서 잠드는 우리 조선민족의 감동사를 한사람이라도 많은분이 깨워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한 요즘입니다.

(다까라즈까시 거주, 7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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