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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19년째의 이름/ 최손화

2023년 12월 05일 15:22 기고

나에게는 여름이면 받게 되는 귀한 돈이 있다.

그것은 해마다 8월 13일에 외할아버지가 주시는 《오봉다마 (お盆玉)》이다.

일본에서의 《오봉》에 설날의 세배돈처럼 어르신들이 주시는 돈을 이 여름에는 19번째로 받게 된것이다.

대학생이 된 올해에 받은 돈봉투는 어쩐지 이제까지보다 불룩해진 느낌이 들었다. 나는 싱숭생숭해지는 마음을 억누르며 그 봉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봉투에는 항상 내 이름이 적혀있는데 올해도 외할아버지가 손수 쓰신 《서투른》 우리 글이 내 눈에 안겨왔기때문이다.

외할아버지는 귀로 듣는 소리를 그냥 적으시기에 슬프게도 작년까지만 해도 내 이름은 단 한번도 제대로 적어본적이 없었다. 봉투에는 《소나》,《서나》,《선아》,《손하》… 등으로 적어온것이다.

외할아버지는 어려서는 우리 말과 글을 못 배우시였다. 아무리 배우고싶어도 조선학교가 없었다. 그래서 외할아버지는 어른이 된 다음에 국어강습소를 다니시여 비로소 우리 말과 글을 배우게 되시였다. 그런데 그때 집안사정은 식구들이 하루에 한끼를 때우는것도 어려울 정도로 가난했으니 국어강습소에도 계속 다니실수 없었으며 결국은 독학으로 우리 말과 글을 공부하시게 된것이였다.
《오봉다마》봉투에 내 이름이 틀리게 씌여졌어도 이런 사연을 알던 나는 다른 말은 안하고 지내왔으며 마음 한구석에서는 해마다 (올해는 어떻게…?) 하는 불안과 기대를 안았었던것이다.

나는 실눈으로 살며시 외할아버지가 써주신 이름을 살펴보았다.

《…!》

올해에는 처음으로 《손화》라고 내 이름이 정확히 또박또박 적혀있었다.

너무 기뻐 가슴이 울렁거렸다.

비록 서투른 글씨라도 올해는 꼭 이름그대로 써주시려는 외할아버지의 뜨거운 열정, 따뜻한 사랑이 온몸에 안겨와 그 두 글자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올해는 외할아버지가 돈봉투에 손자들의 이름을 적으실 때 외삼촌이 곁에서 도와드렸다는것이였다.

나는 생각했다. 참으로 내가 12년동안 민족교육을 받은것은 결코 차례져서 응당한것이 아니였다.

근심걱정없이 오늘도 마음껏 우리 말을 배울수 있는것은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행복한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들이 태여나서 맨 먼저 접하게 되는 우리 말이 바로 자기 이름인것이다.

올해 외할아버지는 그 이름을 멋지게 써주셨으니 이제는 내가 그 소중한 이름-우리 말을 빛내이는 사람이 되여야겠구나.

19년째 여름.

나는 외할아버지에게서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귀한 선물을 받아안은것이다.

(조선대학교 문학력사학부 어문학과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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