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고마운 선물/허옥녀
2023년 11월 16일 13:25 문화벌써 2년전의 일이다.
우리 총련분회에 독서를 아주 즐기시는 고문님이 계시는데 제3시집 《날개가 돋친듯》이 완성되였을 때 누구보다먼저 고문님의 얼굴이 떠올라 시집을 들고 자택을 찾아갔다.
고문님께서는 몹시 기뻐해주시면서 잠간 기다리라고 하시고는 안방으로 들어가 《재일문학》이라고 씌여진 4권이나 되는 스크래프북을 들고나오시더니 이걸 받아달라고 내손에 넘겨주시는것이였다.
스크래프북을 펼쳐보니 거기에는 70명 가까운 재일동포작가들에 대한 소개글이며 기사들이 들어있었다. 몇년 며칠호 《조선신보》 등 기사의 출제처까지 밝혀져있는것이 아닌가.
량우직, 소신일, 오향숙 등 우리 조직내의 작가뿐아니라 일본글로 창작을 하고있는 작가에 대한 기사도 많이 들어있었다. 오려낸 기사들의 출처는 《조선신보》, 잡지 《이어》, 《상공신문》, 일본의 각종 신문 등 다종다양하였다.
그속에는 내가 쓴 글도 있어 고마운 한편 놀랍기도 하였다.
네권의 스크래프집에는 35년에 걸쳐 차곡차곡 모으신 여러 기사들이 들어있어 그 시기마다 재일동포들이며 작가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지향하면서 생활해왔던가를 한눈에 안겨오게 해주었다.
언제나 지부모임이랑 분회모임에 참가하면 뒤편에 앉으시여 발언자들의 모습을 조용히 보고계시던 고문님이시지만 어디에 그런 정열이 숨어있었는지 놀랍기도 하고 감동되기도 하였다.
고문님처럼 다방면적으로 동포사회를 보면서 스크래프란 방법으로 우리의 생활을 기록으로 남기신분과의 만남은 자기가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나가야 하는가를 말없이 가르쳐주었다.
때로 우리가 쓴 글을 읽어줄 사람은 있을가고 걱정될 때도 있지만 우리 분회 고문님과 같은 애독자가 계시는한 계속 글을 쓰자고 마음먹고있다. 이 선물 스크래프북은 기록의 중요함을 깨우쳐주었을뿐아니라 아무리 늙어도 항상 초심에 돌아가라고 나를 부추겨주는것만 같다.
2023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