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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끓는 렬도》/서정인

2023년 09월 20일 13:23 문화

《끓는 렬도》(沸騰列島)라는 말이 생긴 이 여름

생명을 위협하니 다니지 말라고

정보통신들은 나날이

아침저녁으로 되풀이했다

 

그래도 기어이 나가봐야 할 일이 있어

한낮에

모자를 꾹 눌러쓰고 물병을 들고

정신을 바싹 가다듬고

각오도 단단히 나섰다

 

거리를 다니는이 거의 없고

그늘을 찾아서 갔어도

전차역에 닿기전에 온몸은 흠뻑

목적지에 가려면 한참 더 가야 하는데…

 

진땀도 흘려가며 겨우 다달은

방학인 학교에

간신히

똑바로 발을 옮기며 들어섰는데

따가운 뙤약볕아래서는

싱그런 바람이라도 맞는듯

웃으며 뽈을 쫒는 청춘들

주고받는 격려의 말들은 마치 노래인듯

 

창너머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더니

이곳에만 부는 이른  가을바람 타고서

《만풍년》의 합창소리,  《농장벌》의 새납소리

 

태연한 모습들, 반가운 소리들은

모진 갈증이 나던 이 몸과 맘

적셔주고 식혀도 주어라

하루의 기운 다 주고도 남도록

 

-국경절경축공연 합동련습의 날에

 

(문예동중앙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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