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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아동문학〉수닭한테 주었던 《요》자 (상) / 리성칠

2012년 09월 10일 15:54 문화・력사

뒤마을 어느 집에는 옥이라고 부르는 아주 귀여운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그가 보조개어린 동실한 얼굴에 생글생글 웃음을 담으며 노래를 부르거나 기타를 탈 때면 보는 사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군 하였습니다.

어디 그뿐인줄 아세요. 옥이는 공부 또한 잘해서 저희네 1학년생들속에서 늘 첫손가락에 꼽히우군 한답니다.

그런데 옥이한테는 그 고운 얼굴과 재능에 어울리지 않게 한가지 나쁜 버릇이 있었습니다.

삽화 김조리

무엇인가구요?

예, 그건 이제 들어보면 다 알게 될거예요.

방안에서 랄랄라 노래부르며 놀던 옥이는 문득 부엌문을 열며 소리쳐 물었습니다.

《엄마, 밥 다됐나?》

《음, 거의 돼간다. 그런데 얘 옥이야. 숙제공부는 다 했느냐?》

저녁밥을 짓던 어머니가 되물었습니다.

《다 했어. 그래서 이렇게 노래를 부르며 노는거지 뭐.》

《엉? …얘, 너 이자 한 대답을 어디 다시한번 해봐라.》

《왜? 내가 뭐 잘못 말했나?》

《잘못 말했나가 뭐냐. 넌 언제면 그 〈요〉자를 꼭꼭 붙이겠느냐?》

어머니는 못마땅한 눈길로 방안을 올려다보며 나무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소학교학생이 됐는데두 유치원때 하던 그 말버릇을 못 고치다니… 은별이랑 좀 보려무나. 모두 얼마나 례절있게 말들을 하나.》

그제야 옥이는 《숙제는 다했어요.》 하고 바로 대답했습니다.

그리고는 돌아서며 혼자소리로 《고놈의 <요>자…》 하고 종알거렸습니다.

옥이는 《요》자가 더없이 미웠습니다. 요즘엔《요》자를 쓰지 않는다느니 반말질한다느니 하고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 학생소년궁전에 가서 언니들한테 놀림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버릇을 잘못 붙여서인지 옥이의 입에는 그 《요》자가 좀처럼 붙질 않았습니다.

《〈요〉자라는건 왜 생겨가지구 날 이렇게 애먹일가.》

그날밤 옥이는 살풋이 잠에 들면서도 종알거렸습니다.

《에- 세상에 〈요〉자라는건 싹 다 없어졌으면 좋겠네.》

이때였습니다. 잠이 든 옥이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너 정말 〈요〉자가 없어지면 좋겠니?》

《?!…》

옥이는 어리둥절해서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하지만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자 말한게 도대체 누구냐?》

《응, 나야. 꼬끼요수닭이야. 똑딱똑딱.》

뜻밖에도 탁상시계안에서《꼬끼요》소리를 내며 시간을 알려주던 수닭이 머리를 까딱거리면서 말하고있었습니다.

옥이는 저으기 놀랐습니다.

《그래, 없어지면 좋겠다. 〈요〉자라구 생긴건 싹 다 말이야. 그런데 그건 되 묻는거냐? 네가 다 가지겠니?》

《응, 그래. 너의 입에서 나올 〈요〉자를 내가 몽땅 가지마. 난 〈요〉자를 제일 좋아한단다.》

《그래?! 그럼 어서 가지려마.》

《좋아. 그럼 내 다 가질테다. 그러자면 넌 내가 하라는대로 노래를 따라불러야 해.》

《뭐, 노래? 응, 부르지 뭐.》

그리하여 옥이는 꼬끼요수닭이 시키는대로 자기 입에서 《요》자를 내주기 위한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건방진 수닭처럼 머리를 건듯 쳐들면서 말이예요.

 

버릴래요 버릴래요

《요》자를 버릴래요

나는나는 자나깨나

 

듣기싫은 《요》자는

외우지를 않을래요

 

이렇게 옥이가 노래를 척 마치자 수닭은 《이번엔 요요요요 해보렴.》 하고 또 시켰습니다. 옥이는 이번에도 주저없이 따라외웠습니다.

《요오으ㅇ》

아, 그런데 놀라웁게도 옥이의 입에서는 《요》자대신 《오, 으》자가 튀여나오더니 나중엔 그나마도 영 나오지 않았습니다.

《됐어. 넌 이젠 〈요〉자를 부르지도 듣지도 못하게 됐다.》

꼬끼요수닭의 말이 끝나자 정말 옥이의 귀에는 《요》자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응, 까짓거 일없어.》

깡충거리며 학생소년궁전으로 가던 옥이와 은별은 잠간 길옆에 있는 학용품매대에 들렸습니다. 매대앞에서는 예쁘장하게 생긴 판매원처녀가 알락달락한 연필들과 멋진 수첩들을 팔고있었습니다.

먼저 판매원앞으로 다가간 옥이가 《연필 두개만 사자.》 하며 팔을 내밀었습니다.

《뭐라구요? 학생, 이자 뭐라구 했어요?》

왜서인지 판매원처녀는 옥이를 흘끔 쳐다보면서 물었습니다.

《연필 두개만 사자구 했어.》

《뭐, 했어? 곱게 생긴 학생이 무슨 말버릇이 그렇나요?》

《허허, 이 학생의 눈엔 판매원아지미가 제 동생처럼 보이는 모양이구만.》

판매원에 이어 곁에 있던 한 손님이 하는 말이였습니다.

《어마나?!》 옥이는 놀라움과 의문에 잠긴 눈길로 판매원과 손님들을 둘러보았습니다.

다행히도 옆에서 은별이가《판매원아지미, 정말 안됐어요. …연필 두자루와 수첩 두개만 사자요.》 하고 겸손하게 말했으니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옥이는 손에 연필을 쥐여보지도 못한채 핀잔만 받을번 했습니다.

(아니, 모두 왜 그럴가?) 옥이는 머리를 기웃거렸습니다.

이윽고 학생소년궁전의 무대우에서는 예술소조원들의 공연이 시작되였습니다.

공연종목이 바뀔 때마다 극장안은 박수소리로 떠나갈듯 했습니다.

더우기 무대에 나선 옥이와 은별이가 은방울 굴리듯 멋들어지게 노래를 불렀을 때에는 더더욱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옥이와 은별은 사기가 났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소조실까지 찾아와서 그들을 껴안아주며 축하해주었습니다.

어느 과수농장에서 왔다는 한 할아버지는 유별나게 큰 사과들을 안겨주었습니다.

옥이는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며 《할아버지, 고마와! 잘 먹겠어!》 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음?》

할아버지가 귀를 의심하며 머리를 기웃하자 은별이가 제꺽 《할아버지, 고마와요. 잘 먹겠어요.》 하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습니다.

《음! 그런데 이름들은 어떻게 부르느냐?》

할아버지는 정찬 눈길로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내 이름은 옥이예.》 옥이가 대답했습니다.

《응? 오기애?》

《호호, 오기애가 아니라 옥이예요. 그리구 내 이름은 은별이예요.》

《음, 옥이와 은별이란 말이지.》

할아버지는 머리를 끄덕이며 옥이와 은별이를 어루만져주더니 후에 다시 만나자면서 떠나갔습니다.

옥이와 은별은 따라나서며 허리굽혀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옥이는 이번에도 또 반말을 했습니다.

《할아버지, 잘 다녀가세. 또 오세!》 하고 말이예요.

《음?…》

할아버지는 주춤 멈춰서며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순간 은별이가 제꺽 《할아버지, 잘 다녀가세요! 또 오세요!》 하고 상냥하게 인사를 했습니다.

《오냐, 또 오구말구. 건강해서 좋은 노래들을 많이많이 부르거라!》

할아버지는 머리를 끄덕이며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떠나가자 동무들은 옥이곁으로 모여들어 흉내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 고마와. 잘 먹겠어.》

《오기애.》

《할아버지, 잘 가세, 또 오세!》

끝내 《흐하!》 하고 웃음판이 터졌습니다.

다만 노래지도교원인 춘희선생님만은 심각한 표정으로 옥이를 바라보고있었습니다.

주체60(1971)년 조선아동문학문고 9 《불꽃훈장》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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