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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작품 한마당 (2026년 8월)

2026년 08월 24일 17:28 문화

《문예작품 한마당》에서는 각지 문예동 동맹원, 문예애호가들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수필】목련꽃/김지세

어떤 시인은 진달래가 봄을 먼저 알리는 꽃이라 노래했다.

그러나 아직 겨울의 찬 기운속에 희디흰 꽃망울을 맺혀 후드러지게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는 봄이 오기도 전에 지는 꽃이 있다.

목련꽃.

목련꽃을 나는 사랑한다.

찬바람 막아줄 잎도 없이 꽃을 피우고 따스한 봄기운에 뭇꽃들이 아름답게 필 때에는 벌써 다 떨어지는 하얀 꽃이다.

그래서 나는 어릴적 통학길에서 본 이 꽃을 몹시 가엾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조선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목련꽃은 나의 가슴에 가장 아름답고 억센 꽃으로 자리잡게 되였다.

조선대학교 입학식날이였다.

담임선생님께서 대학교정을 안내해주셨는데 목련나무아래서 멈춰서시고는 목련꽃은 대학졸업식날에 곱게 피기에 조선대학교의 상징과도 같은 꽃이라며 졸업생들은 이 목련나무아래서 가족들과 졸업기념사진을 찍는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에 어머니생각이 났다.

홀로 이 딸을 대학까지 보내느라 고생이라는 고생 다 하신 어머니…

어머니와 함께 목련나무아래서 졸업사진을 찍고싶었다.

그때로부터 나는 대학에서 열심히 배워 목련꽃이 어울리는 모습으로 어머니와 사진을 찍을 꿈을 마음속에 품게 되였다.

나는 선배들의 졸업식마다 곱게 핀 목련꽃을 바라보며 그 꿈을 키웠다.

겨울이 네번씩이나 왔다가고 어느덧 나의 졸업을 눈앞에 둔 2020년 3월이 되였다.

마치나 졸업하는 나를 축복하듯 새하얀 꽃망울이 목련나무 가지마다에 송이송이 맺혔다.

그 꽃망울은 어머니와 함께 사진을 찍을 생각에 부풀어오르는 나의 마음인양 나날이 커만갔다. 얼마나 기뻤는지 졸업식날 입을 저고리를 꺼내고는 곱게 다리고 누구보다 먼저 옷장에 걸기까지 하였다.

그러던 때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세계적인 악성비루스사태로 인해 오사까의 의료시설에서 일하시는 어머니는 멀리 조선대학교가 있는 도꾜까지 오실수 없다는 내용이였다.

어쩔수 없는 일이니 괜찮다고 대답을 했다.

나의 부풀던 마음은 바늘에 찔린 풍선처럼 깨졌다. 꿈이 꿈으로 마친 아쉬움보다 대학졸업식에 가족이 한명도 못 온다는것이 너무도 섭섭했다.

졸업식날 나의 마음을 알리없는 목련꽃은 하얀빛을 가득 머금고 만발하게 피였다.

표창장을 가득 안은 나를 동무들은 무척 부러워했다. 그러나 나는 표창을 못 받았어도 목련꽃아래서 활짝 웃으며 가족들과 사진을 찍는 동무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저도모르게 아픈 눈물이 눈가에 자꾸만 맺혀돌았다.

나를 알아보신 선생님께서 사람을 헤치며 급한 걸음으로 다가오셨다. 나에게 목련나무아래서 가족들과 사진을 찍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신 선생님이였다.

선생님은 나의 손을 잡아 목련나무아래에 데려다주셨다.

《자, 우리 지세동무의 가족이 되여 사진을 찍읍시다!》

둘러보면 많은 선생님들이 계셨다. 재미나게 강의를 해주신 선생님, 진심어린 비판을 주신 선생님, 인생의 조언을 주신 선생님…

《나는 어머니!》

《나는 아버지!》

《나는 오빠!》

《아니, 오빠치고는 너무 늙었지. 삼촌이야 삼촌!》

《하하하!》

정말 가족과 같았다.

나도 함께 웃었다.

그러나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이 앞을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나는 목련나무아래서 선생님들과 사진을 찍었다. 가슴속 깊이 덮어두었던 서운함을 혈육과도 같은 사랑이 포근히 감쌌다.

나는 다시 하얀빛을 품은 목련꽃을 올려다보았다.

차디찬 겨울동안 꽃망을울 키워 여느철도 아닌 조선대학교 졸업식에 딱 맞춰서 활짝 피는 목련꽃은 애국초소로 달려가는 졸업생들을 축하하고파서만 피여난것일가…

하나와 같이 북쪽하늘을 향해 피는 목련꽃. 이역의 칼바람 다 맞으면서 조국을 우러르며 민족교육의 최고학당에서 애국인재 키워내는 우리 대학선생님들처럼 피였구나. 잎새를 돌볼새없이 잎보다 먼저 피는건 누구나 먼저 생각하는 자기 가정, 개인의 향락보다 오로지 우리 조선대학생을 위해서 다 바치시는 우리 선생님을 닮아서 그럴가…

딛고 선 땅에는 아직 찬 기운이 많다. 어쩌면 많이 아픈 꽃이다. 그러나 그 강인함, 그 의지는 찬 땅을 딛고 서서 피기에 더욱 희고 아름다운것이 아닌가…!

나는 목련꽃의 그 하얌에 백의민족의 넋, 이역에서 학생들에게 바쳐가는 티없이 순결한 교육자의 량심을 보았다.

나를 지금껏 이끌어준 목련꽃처럼 순결하게, 강인하게 살고싶다.

(조선대학교 연구원생)

【시】자랑/하의배

남들앞에 삼가해야 할 행동중에

첫째가 마누라자랑이고

둘째가 자식자랑이란 말이 있으니

셋째는 … 혹시?

 

그러는 두려움이 없지는 않으나

내 오늘 목청을 돋구어

자랑을 해보련다

소중한 살붙이자랑을 독자들앞에

 

재일조선동포 오세로 태여나

조선학교 초급부 1학년을 다니는 손자

만날 때마다 키가 크고 말도 느는데

우리 말을 어찌나 똑똑히 하는지

 

우리 말과 일본말을

동시에 익혀가는 혼란스런 나날속에

요즘은 영어까지 끼여든다는데

채 일년이 안되는 배움으로

학교생활은 벌써 《우리 말 100%》

 

우리 말을 알게 되니

자기가 누군지 아는것 같고

노래를 배워도 더 즐거운듯

 

이러는 나는

미련한 《손자바보인》줄 잘 알지만

우리 집에선 확실히

4세보다 5세들이 공부를 잘해

 

그것도그럴것이

모진 비바람 이기고

이제는 일흔다섯돌기 년륜을 새기여

세상에 자랑하고도 남음이 있는

오늘의 우리 학교가 으뜸으로 훌륭한걸

 

훌륭해야지, 아무렴!

(2022)

【조선화】유구한 고구려-백호와 만나다/김성란

2025년 제작

작품에 대하여

그림 《유구한 고구려-백호와 만나다》를 보면 힘있는 필치로 그려낸 신수 백호(神獣 白虎)가 유구한 세월을 거쳐 풍화된 벽화특유의 질감과 함께 안겨오며 그 우에 맨발로 서서 강인한 눈빛으로 앞을 내다보는 소녀가 겹쳐 그려져있다.

백호의 몸에서 뻗어나온 긴 꼬리와 구름 같은 류선형의 자락이 소녀의 몸앞을 스쳐가며 소녀를 감싸 안듯 아우르고있어, 이는 고대의 신화적세계와 현대를 살아가는 소녀가 시간을 초월하여 하나로 맞닿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력사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일본에 살면서도 자신의 내면에 흐르는 유구한 력사, 자신의 민족성을 깨우고 이를 당당하게 받아들여 힘차게 살아가겠다는 조용하면서도 힘찬 결의가 소녀의 자태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작가는 조선대학교 교육학부 미술과에서 조선화와 만나, 졸업후에도 조국의 스승과의 만남을 거쳐 일본에서 당당한 조선화화가의 일인자로 서있다.

(김임호 문예동도꾜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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