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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맑은 아침》 1/고병삼

2022년 11월 28일 09:00 단편소설

 

(1)

 

최고사령부의 시계는 밤 세시를 가리키고있었다.

끊임없이 울려가고 울려오던 전화소리도 뜨음해졌다. 고르로운 발자국소리만 잠시 방안을 울리더니 문득 창문가에 밝은 빛이 어린다. 깊은 사색에 잠겨 방안을 거니시던 최고사령관 김일성동지께서 창문가에 발걸음을 멈추셨다.

하늘에 쭉쭉 선을 그으며 창문에 와서 번쩍거리던 탐조등불빛은 옛성터를 지나 멀리 폭연이 서리여 바다같이 보이는 도시를 으스름하게 비치였다.

그이께서는 멀리 창밖을 바라보신다.

탐조등불빛은 불타고 허물어진 거리의 굴뚝들이며, 부서진 벽돌쪼각 그리고 뿌리뽑히고 밑둥이 잘리여 넘어진 가로수들을 어슴푸레 비쳐보이였다. 미제침략자들은 이 도시에 수십만톤을 헤아리는 폭탄을 떨구었고 이 밤도 하늘을 썰고 돌아치며 다시는 평양이 일떠서지 못할것이라고 떠벌이고있다.

…상처입은 도시는 복수의 일념으로 숨쉬고있었다. 폭음속에서 아군의 고사포들이 쿵쿵 뿜어올린다.

준엄한 여름이였다. 사람들은 전쟁밖에 다른것은 생각할수가 없는 때였다. 전선동부의 XX고지에서는 이밤도 가렬처절한 싸움이 벌어지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시선을 옮겨가시더니 이쪽 벽을 반나마 가리운 조선지도앞에서 발길을 멈추셨다. 그이께서는 온 조국땅을 한품에 안으신듯한 표정으로 조선지도를 바라보시며 오래동안 서계셨다.

아까부터 저쪽에서 기다리고있던 부관은 쉬실 때가 지났다고 그이께 말씀드리고싶은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주무시는 시간이 하루에 두세시간도 못되신다. 밤늦게까지 일을 보시고도 새벽 세시면 꼭 일어나셨던것이다. 더구나 이즈음은 그냥 이렇게 밝히시는 때가 많으셨다.

부관은 벌써 몇번이고 그이께로 조용히 다가갔으나 일이 떨어지지 않았다. 전략상 문제를 두고 사색의 바다를 건느시는듯한 그이를 방해하는것 같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부관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방에서 나갔다.

이윽고 다시 그 문이 소리없이 열리였다. 부관은 발자국소리를 죽이며 또다시 들어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모든 전선에서 소리치고 일어나 이글이글 화염의 선풍을내여뿜게 할 명령을 내리실것 같은 안광을 지도우에 멈추시고계셨다. 그러나 부관을 보시자 곧 너그러운 표정이 되시는것이였다.

단편소설 《맑은 아침》기사일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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