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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본 일본 2〉주조일본인녀성, 이루지 못한 재회의 념원

《후꾸시마의 오빠를 보고싶다》

【평양발 김지영기자】 1961년 12월 총련일군을 하던 남편과 함께 조선으로 온 일본인녀성 라옥희씨(일본명=田きり子, 81살)는 1998년 1월, 약 36년만에 일본으로 갔다. 주조일본인녀성들의 제2차 고향방문단 성원이였던 그는 당시의 뜻깊은 상봉을 떠오르게 하는 기념품들을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있다. 고향의 동창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오빠가 손수 집필한 《일본체류기》이다.

후꾸시마에 있는 부모의 산소를 찾아 성묘를 하는 라옥희씨(왼쪽, 1998년 1월)

고향방문의 추억

《오랜 기간 일본어를 쓰지 않아 불안이 앞서 현지에 통역이 나와줄것을 사전에 당부했었다. 그런데 막상 일본에 도착해보니 저절로 말이 나왔다. 마중나온 오빠가 미소를 지으며 조선에 살아도 일본어를 잊지 않아 용타고 치하해주던 일이 생각난다.》

라옥희씨는 고향인 후꾸시마현에서 두명의 오빠를 만나 회포를 나누고 부모의 산소를 찾아 성묘를 하였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였는데 그는 이틀째 감기에 걸려 병원에 하루 입원하게 되였다. 그날 예정된 동창회는 아쉽게도 취소되였지만 이튿날 일부 동창생들이 그를 찾아왔다.

《일본각지에 흩어진 동창생들의 주소록을 만들어 넘겨주었는데 나의 이름도 평양의 주소와 함께 있었다. 그들의 성의가 정말로 고마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기념사진을 여러장 찍었다. 조선에 돌아온 후 오빠한테서 서신이 왔다. 고향방문의 나날에 있은 일들을 정리한 글이였다.

《오빠가 그렇게도 명필가인줄 몰랐다. 어떻게 헤아렸는지 나의 마음속 감정까지도 다 서술되여있었다.》

추억의 기념품들을 볼 때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만 간다. 후꾸시마에 체류할 때 《평양에 있는 자식들과 함께 다시 일본에 올 의향이 있는가.》 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물론이다. 어머니의 모국을 보여주고싶다. 국교정상화가 되여야 그것도 가능하다.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호소했었다.

그날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일본총리가 조선을 방문하고 조일평양선언이 발표되였을 때의 기대는 뒤집혔다. 조일수뇌회담 직전에 두 나라 적십자단체가 합의한 주조일본인녀성들의 제4차 고향방문단사업도 《랍치문제》가 극대화되는 바람에 무산되고말았다. 그후 10년간 이 사업은 한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라옥희씨(사진 문광선기자)

고령화와 단념

《2002년 당시, 고향으로 가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입고가는 옷까지 다 준비해두었던 녀성들에게 있어서 리유도 모르게 방문사업이 취소된것은 너무도 큰 충격이였다. 락심하여 눈물에 잠기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가슴이 메여 터질듯했다. 10년이 지나 그들속의 몇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어째서 일본정부는 우리와 같은 녀성들의 소원을 외면하려고 하는가. 〈랍치문제〉를 걸고 조선에 대한 국민감정을 운운한다는데 녀성들의 방문을 고향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이나 친지들은 일본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주조일본인녀성들도 고령에 이르렀다. 인도주의문제는 정치와 별도로 풀려야 마땅하지만 조일관계의 엄혹한 현실을 보니 이제는 품었던 소원도 포기할수밖에 없다는 심정으로 기울여지기 마련이라고 라옥희씨는 말한다.

그는 일본기자들에게 말하던 오빠들과의 재회를 이루지 못했다. 1998년의 《일본체류기》는 그가 조선말로 번역하여 자식들이 모두 읽도록 하였다. 후꾸시마의 그리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러나 자식들과 함께 고향을 다시 찾지는 못했다.

14년전 오빠가 보내준 글은 콤퓨터로 타자하여 인쇄한것이였다. 세월이 흐르면 잉크가 탈색하여 글이 희미해진다. 라옥희씨는 그우에 원주필로 다시 글을 쓰고 2박 3일간의 기억을 되새기군 하였다.

오빠의 소식이 인편을 통해 마지막으로 전해진것은 2002년이다. 그 이후의 안부는 알수가 없다. 최근에는 《일본체류기》를 꺼내여 보는 빈도가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해 후꾸시마가 대진재와 원자력발전소사고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에 접해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과분한 희망을 하려는것이 아니다. 오빠의 얼굴을 한번만 더 보고싶을따름이다.》

(조선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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