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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아동문학〉솔이가 받은 나이 (상) / 맹성재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섣달 그믐밤입니다. 하루밤만 자고나면 설날입니다.

솔이는 설날을 손꼽아기다려왔습니다. 설날이 바로 솔이 생일이였던것입니다.

솔이는 진종일 눈사람을 만드느라 손발이 꽁꽁 얼도록 눈속에서 굴러다니다가 인민대학습당에서 울려퍼질 설종소리를 들으려고 긴긴 그믐밤을 기다립니다.

별스레 시간이 굼뜨게 흘렀습니다.

솔이는 벌써 병아리처럼 끄떡끄떡 졸고있었습니다.

삽화 김조리

《에그, 어서 자거라.》

할머니가 재촉했습니다.

《할머니, 종소리가 나면 깨워줄래요?》

《오냐.》

솔이는 꽃이불속으로 기여들어갔습니다.

《꼭 깨워줘요. 내 생일이 설날이니 종소리만 울리면 나이를 한살 더 먹어요.》

《원, 걱정두. 얼른 자기나 해라.》

솔이는 눈을 꼭 감았습니다.

(이제 종이 울리면 나이가 한살 불어날거야. 한살 두살 나이를 먹는다는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인제는 할머니한테서 미운 아홉살이라는 말을 안 들을거야. 이젠 열살이야. 열살, 그런데 나인 누가 줄가? 아홉살이 되도록 누가 주는지도 모르고 나이를 먹어오다니. 정말 누가 줄가?… 누가 줄가? …)

어느새 소르르 잠이 왔습니다.

얼마나 잤는지… 갑자기 《땡땡-》 종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엉?! 늦장 부린게 아니야?》

솔이는 후닥닥 뛰쳐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거울부터 들여다보았습니다. 눈섭이 하얗게 셌으면 참 야단인걸요.

《후- 다행이구나.》

솔이는 까만 눈섭을 매만졌습니다.

종소리는 밖에서 울려오고있었습니다.

솔이는 총알처럼 뛰여나갔습니다.

하늘이 무니질듯 눈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대문가에서 웬 할아버지가 종을 치고있었습니다.

《아니?!》

솔이는 우뚝 멈춰섰습니다.

《솔이야, 이리 오너라.》

할아버지가 손짓했습니다.

솔이는 우물쭈물했습니다.

《저… 저, 할아버진? …》

《난 나이를 주는 할아버지란다.》

《예, 나이할아버지?-》

솔이는 눈이 둥그래서 나이할아버지를 쳐다보았습니다.

눈발처럼 날리는 흰두루마기를 입고 눈무늬가 아롱아롱 새겨진 농립모자를 쓴 나이할아버지가 백발수염을 내리쓸자 송이송이 고운 눈이 피여났습니다. 멋들어지게 생긴 지팽이엔 조롱박이 대롱거렸는데 내짚을 때마다 《땡- 땡-》 은방울 굴리는듯 한 종소리가 울려나왔습니다.

《그래, 솔이도 생일을 맞았으니 한살 더 먹어야지.》

《야, 어서 나이를 주세요.》

솔이는 짝자꿍을 쳤습니다.

나이할아버지는 고운 무늬를 수놓은 나이보따리를 풀어헤쳤습니다. 보따리안에는 별의별 나이가 꽉 차있었습니다.

《야, 정말 많네. 이 많은 나이를 누구에가 다 주나요?》

《너같은 애들에겐 어른이 되라 크는 나이를 주고 할아버지들에겐 오래 살라 장수나이를 주지. 어디 그뿐이냐. 산은 푸르라 숲나이를 주고 나무는 재목이 되라 년륜나이를 그어주지.》

《산두 나무두 나일 먹나요?》

《그럼, 세상에 나이를 안 먹는게 없지.》

솔이는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나이를 제꺽 골라잡았습니다.

《난 이걸 가질래요.》

《쯧쯔, 보채긴 나이가 뭐 물건짝인줄 아느냐. 그건 네것이 아니다.》

솔이는 시무룩해졌습니다.

《나이도 임자가 있나요?》

《그럼.》

《어서 제 나이를 주세요.》

나이할아버지는 꿀꿀이주둥이처럼 생긴 나이를 골라냈습니다.

《옜다, 이 꿀꿀이나이나 가져라.》

《예?!》

솔이는 눈살을 찡그렸습니다.

나이할아버지는 《땡- 땡-》 종을 울리며 가버렸습니다.

솔이는 못박힌듯 서있었습니다.

《내가 왜 꿀꿀이나일 받아야 하나?》

이때 꿀꿀이나이가 꿈틀거렸습니다.

《꿀꿀, 솔이야. 넌 욕심꾸러기 아니냐?》

《뭐, 내가?》

꿀꿀이나이는 욕심부리던 솔이를 흉내피웠습니다.

《이 사과도 저 포도도 내가내가 몽땅 먹지, 꿀꿀.》

《요거.》

솔이는 꿀꿀이나이를 훌렁 집어졌습니다. 그래도 꿀꿀이나이는 언젠가 솔이가 책이며 연필을 몽땅 제가 가지겠다고 《더 달라. 몽땅 달라.》 하며 매질하던 일이며 사탕이나 과자도 동생 꽃니것까지 먹으려고 《너 죽겠니. 어서 내놔.》 하며 주먹질하던 일을 흉내피웠습니다.

그제야 솔이는 제가 욕심을 너무 부려 꽃니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체, 오빤 돼지야, 돼지.》 하고 툭 쏴주던 일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내가 정말 욕심꾸러기여서 나이할아버지가 꿀꿀이나이를 주는구나.)

솔이는 골머리를 싸쥐고말았습니다.

(이 일을 어쩜 좋아. 내가 꿀꿀이나일 받은걸 알면 꽃니랑 얼마나 깨고소해할가?)

솔이는 금시 꽃니랑 손가락질하며 《꿀꿀이, 꿀꿀이.》 하고 눌려대는것만 같았습니다.

이때 꿀꿀돼지가 뛰여왔습니다.

《솔이야, 네가 내 나일 가로채? 어서 내놔라.》

마침 다행이였습니다. 쏘는 이발을 쑥 뽑아버리듯 솔이는 꿀꿀이나이를 획 집어던졌습니다.

《옜다, 이따위 욕심쟁이 꿀꿀이나인 안 가진다, 안 가져.》

돼지는 얼싸 좋다 제 나이를 갖고 가버렸습니다.

(다음번에 이음. 1990.1)

작가소개

맹성재 (조선의 작가)

대표작품

  • 《그네터의 방울소리》(1993 잡지《아동문학》)
  • 《달거울을 본 술래》(1991 잡지《아동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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